무직 40대 딸 홀로 모시다 사망… 안방 시신 옆에서 위독상태 발견 둘이 기초연금 등 月 30만원 생활
서울에서 중증장애를 지닌 70대 여성이 보호자인 딸이 숨진 줄도 모른 채 나흘가량 집 안에 홀로 방치됐다가 가까스로 구조됐다. 하루라도 늦게 발견됐으면 노모마저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이었다.
7일 오전 11시경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복지센터 직원 A 씨는 다급히 119로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김모 씨(72)와 딸 김모 씨(44)가 사는 집에서 “인기척을 느낄 수 없다”며 도움을 청했다. 앞서 요양보호사가 이틀째 방문해도 답이 없자 복지센터로 연락했고, 이에 센터 직원이 김 씨의 집을 찾았다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문을 두드려도 소용이 없자 창문을 따고 안방으로 들어갔다. 딸은 이미 목숨이 끊어진 뒤였고, 옆에 누운 어머니는 겨우 숨만 붙어 있었다. 탈수 증세가 심각하고 의식도 없던 노모는 급히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재 의식은 되찾았으나 여전히 치료를 받고 있다.
주변 지인에 따르면 딸 김 씨는 어머니를 돌볼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복지센터 직원은 “딸이 장기간 심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앓아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머니 문제를 상의하려 전화를 걸어도 잘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몸과 정신 모두 딱한 처지였다. 몇 년 전부터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에다 척추질환까지 앓아왔다. 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중증장애 판정도 받았다. 이웃 주민 이모 씨(58)는 “가끔 딸이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외출하다 마주치면, 인사를 건네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며 안타까워했다.
모녀는 생활고 역시 견뎌왔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딸은 고정 직업이 없어 벌이라고 할 게 거의 없었다. 이들에게 수입이라곤 매달 어머니에게 지급되던 노인기초연금과 장애인부가급여뿐이었다. 다 합쳐도 겨우 29만3000원이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홀몸노인 가구가 아닌 데다, 보호자인 딸은 경제활동이 가능한 연령이라 (복지 혜택이 없는) 일반 가구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
임춘식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 회장은 “국내에도 정신질환을 앓는 자녀가 노부모를 부양하는 가구가 적지 않다”며 “약자들의 세세한 상황까지 고려할 수 있도록 정부의 사회안전망을 다시금 점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