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사진=동아일보DB
검찰 간부로부터 ‘인사 거래’를 제안 받았다는 임은정 울산지방검찰청 부장검사(46)의 폭로를 둘러싸고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임 부장검사가 언론 칼럼에서 ‘2018년 2월 검찰총장의 특사를 자처한 간부에게서 해외연수를 권유받았다’고 주장하자, 임 부장검사의 동기인 정유미 대전지검 부장검사(48)는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며 그런 일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정 부장검사 글에는 “임 부장검사가 언론에 보다 신중하게 글을 써 주면 좋겠다”는 취지의 후배 검사 댓글이 백건 넘게 달렸다.
그러자 임 부장검사는 인사를 거래한 사람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절친한 사이로 유명한 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이라며 추가 폭로를 이어갔다.
임 부장검사는 5일 한 칼럼에 “2018년 2월 서울북부지검 근무 시절, 검찰간부의 호출로 인사동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다”며 “검찰총장 특사를 자처한 그는 서지현 검사의 미투사건 참고인이라 부득이 승진을 못 시켰다고 양해를 구하고, 해외연수를 느닷없이 권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개혁은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개인의 행복을 찾으라던가.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 서 검사는 인사 발표 후 미투를 한 건데, 준비한 변명이 너무 성의 없었다”며 “하반기 인사에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을 시켜줄 테니 승진 걱정하지 말고 어학공부에 매진해 12월에 해외로 나가라, 한참을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 정유미 “임은정, 檢 욕보이려 왜곡” 반박 ▼
이에 정 부장검사는 5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임은정 부장에게-인사재량에 대한 의견도 포함하여’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유학과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 자리에 관한 너의 발언은 내가 오해한 게 아니라면 조직을 욕보이려고 의도적으로 당시 상황을 왜곡한 것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임 부장검사를 비판했다.
또 “유학이 ‘힐링’이자 재충전의 기회라고만 생각했지 누군가는 그걸 ‘유배’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다”며 “설령 그럴 마음이 있었다고 해도 싫다는 사람을 강제로 유학 보낼 방법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침묵하는 다수 동료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처럼 외부에 피력하며 조직을 비판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그 내용이 진실되고 구성원 다수가 동의할 수는 있어야 한다”며 “적어도 팩트와 개인적 감상을 구분하고 내부적인 소통을 해 가면서 검찰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 임은정 “정유미, 기억 못 하거나 거짓말하거나” 재반박 ▼
이에 임 부장검사는 14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8년 2월 21일 인사동에서 윤대진 당시 중앙지검 1차장을 만났다”며 “그 날 윤 차장은 저와 연수원 동기인 정유미 당시 중앙지검 공판3부장과 함께 왔다”고 언급했다.
임 부장검사는 “정 부장이 당시 주의 깊게 안 들었다고 하기엔 관련 대화가 너무 길어 못 들었을리 없다. 기억을 못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둘 중 하나인데 저만큼 기억력이 좋다고 할 수는 없고 남일이기도 하니 기억을 못하는 걸로 선해하려 한다”며 “건망증이 다소 있는 언니가 남일을 얼마나 기억할까 궁금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윤 차장은, 칼럼에 소개한 바와 같이 서지현 검사의 미투 때문에 저를 부장 승진 못 시켰다고 양해를 구한 후 해외연수 제의를 하며 개인의 행복을 찾으라고 열심히 설득했었다”며 “속으로 몹시 불쾌했다. 시끄러운 사람 해외로 보내려는 의사가 노골적이었고, 미투 운운 거짓말을 한 사람의 나머지 말도 신뢰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동기인 중앙지검 부장을 옆에 두고, 이미 동기들이 2회째 근무 중인 부산지검 여조부장 후임자리가 먹음직스러운 거래조건인양 내미는 거라, 모욕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두 부장검사는 사법연수원 30기 동기로, 2001년 함께 검사 생활을 시작했다. 나이는 정 부장검사가 임 부장검사보다 두 살 많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