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 / 다음 100년 키우는 재계 뉴 리더] <4> 모빌리티 기업 변신 나선 현대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해 11월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모빌리티 이노베이터스 포럼 2019’에서 우버 그랩 등 글로벌 모빌리티 스타트업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이동 수단·서비스 개발과 관련한 철학을 발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생산에 그치지 않고 인간 중심의 모든 이동 수단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기업이 되겠다.”
김창희 크래들 부소장은 완성차 기업이 실리콘밸리에 사무소를 내고 자동차 대신 엘리베이트를 전시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 ‘정의선표 혁신’ 최전선 기지 크래들
현대차그룹이 혁신에 나선 이유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대전환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자율주행, 친환경차, 차량 공유 서비스 등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빠르게 확보하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 IT 기업과의 협업은 물론이고 경쟁사와도 손을 잡는다. ‘100년 라이벌’로 불리는 독일 완성차 업체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차량 공유 서비스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도 오픈 이노베이션의 전장에 뛰어들고 있다. 2017년부터 미국 마운틴뷰, 이스라엘 텔아비브, 독일 베를린, 중국 베이징 등 4곳에 크래들을 세웠다. 서울에도 ‘제로원’이라는 이름으로 거점을 마련했다. 크래들과 제로원은 ‘자동차 회사가 제조업에 머물면 안 된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의 경영철학이 뿌리를 내리며 갖춰진 혁신의 최전선 조직이다.
크래들과 제로원은 기술력과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현지 스타트업을 발굴해 그룹과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조직이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에너지 등이 1차 투자 대상이다. 윤경림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전략부장(부사장)은 “과거 자동차 회사는 회사 내부 역량을 핵심으로 수직화된 협력업체들과 제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이동 수단과 새로운 서비스는 내부 역량만으론 안 된다. 외부 투자를 통해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크래들은 글로벌 4개 오픈 이노베이션 거점 중 가장 규모가 크다. 2017년 11월 설립 이후 현재까지 1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했고 지난해 연간 투자액은 200억 원을 넘어섰다. 현재 근무하는 직원은 20명이지만 올해 말까지 4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의 AI 전문 조직 ‘에어랩’의 연구 인력이 연내 실리콘밸리 크래들 사무소에 합류하면 인원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 의사 결정 빨라지고 투자 단위 커졌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달 2일 신년사를 통해 5년간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며 “(전체 모빌리티) 시장의 판도를 주도하는 ‘게임 체인저’로 도약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마운틴뷰=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