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인권침해 조사’ 공문 논란 “靑 잘못 시인하고 대책 내놔야” 15개 인권단체 한목소리 성토
“국가인권위원회는 엄중한 독립기관입니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함부로 조사를 하라 마라 지시할 수 없습니다.”
15일 인권위 직원 A 씨는 “인권위는 법으로 보장된 독립기관”이란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근 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한 데 따른 인권위 조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국민청원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묻는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한 성토였다. 인권위 고위 관계자도 “청와대가 어떤 의도로 공문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다만 해당 공문을 접수할 수 없단 걸 알면서도 보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파장이 커지자 인권위는 이날 오후 긴급 관련 회의를 갖기도 했다. 회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으나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 관계자는 “관련 자료 수집 등이 필요해 당장 의견을 모으기는 힘들다. 입장이 정리되는 대로 이르면 내일 공식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대응도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권위는 청와대의 공문 발송과 태도가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어야 했다”며 “청와대가 조사를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더라도, 독립성 확보 차원에서 강력하게 경고하고 재발 방지를 요청하는 게 책무다”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청와대는 조 전 장관 관련 공문을 2가지 버전으로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7일 먼저 보낸 공문은 ‘협조’란 표현을, 9일 “실수로 보냈다”고 말한 공문은 ‘이첩’으로 썼다. 이첩은 주로 상급기관이 하급기관에 서류를 보낼 때 사용하는 단어다. 청와대는 이첩이란 표현에 대한 법적·정치적 부담을 느껴 두 번째 공문을 폐기하고 협조 공문으로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해당 청원을 올렸던 은우근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날 “20일 이전까지 동료 교수들과 상의해 직접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은 교수는 14일 오후 진정 절차를 문의했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인권침해나 차별행위를 당한 당사자나 그 사실을 아는 사람과 단체는 진정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진정인 실명을 명시한 상태에서, 진정 내용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구체성을 가져야 한다.
2001년 11월 25일 출범한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을 통해 어떤 간섭이나 지휘도 받지 않는 기구의 지위를 보장받는다. 입법부나 사법부, 행정부 등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독립기관이다. 위원회법 제3조(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과 독립성)에 ‘②(국가인권)위원회는 그 권한에 속하는 업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