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프로야구, 바꿔야 산다] <1> 경기력 저하→관중 감소 악순환
롯데가 안방으로 쓰는 부산 사직구장은 한때 한국에서 야구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이었다. 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한목소리로 ‘부산 갈매기’를 열창해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으로도 불렸다. 하지만 롯데가 최하위로 추락한 지난해 이곳을 찾은 관중은 67만 명으로 2009년 138만 명의 절반이 안 됐다. 사진은 관중석이 텅 빈 사직구장의 모습. 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728만6008명.
지난해 야구장을 찾은 관중 수다. 2017년 역대 최다인 840만688명의 관중을 기록했지만 2018년에는 807만3742명으로 800만 명에 턱걸이했다. 그리고 1년 만에 관중 수는 더욱 떨어졌다. 2016시즌 처음 열었던 관중 800만 시대가 3시즌 만에 마감된 것이다.
흥행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2018시즌을 앞두고 10개 구단 감독들은 현행 팀당 144경기씩 치러지고 있는 경기 수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경기 수 조절이 필요하다”며 “외형이 아닌 내실을 다질 때다. 경기 수를 줄이면 리그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현장의 목소리는 시즌 시작과 함께 유야무야됐다. 한국 야구의 침체를 경기 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최근 국제대회에서의 부진, 달라진 팬들의 놀이문화 등 다양한 요소가 결합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과다한 경기 수로 인한 야구 수준의 질적 저하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현행 방식은 9구단 NC, 10구단 KT가 리그에 참여한 2015년부터 시작됐다. 도입 당시부터 선수 수급을 감안하지 않은 외형적인 확대에 따른 리그 수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은 “파이를 키우고 나면 서서히 적응할 것”이라며 이를 강행했다. 지난해까지 5시즌 동안 동일한 경기 수를 유지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팀당 162경기를 치른다. 4000개 가까운 고등학교에서 선수들을 배출하는 일본프로야구는 143경기를 한다. 80개 안팎의 고교 야구 저변을 가진 KBO리그가 일본보다 1경기 많다. 단기간에 좋은 선수가 나오기 쉽지 않은 구조다.
현장에서는 한 시즌을 정상적으로 치르는 것조차 버거워한다. 한 팀은 선발 투수 5명이 필요한데 5선발은커녕 제대로 된 4선발도 없는 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선발이 무너지면 중간계투진의 피로가 가중된다. 악순환 속에 주전 선수들은 부상에 쉽게 노출된다. 부상 병동이 된 팀은 일찌감치 경쟁에서 밀려난다. 지난해 KBO리그의 악재 중 하나였던 전력 양극화는 이렇게 발생했다. 사정이 이러니 평범한 뜬공을 머리에 맞는 선수, 잡담을 하다가 아웃되는 선수 등도 등장했다. 해외 토픽감이다.
○ 딜레마에 빠진 한국 야구
이 관계자는 “144경기는 가장 공정한 시스템이다. 안방 팀과 방문 팀이 8경기씩 치른다. 만약 팀당 135경기를 치러야 한다면 한 팀이 유리해진다”고 말했다.
마케팅면에서도 영향이 크다. 중계권료와 입장 수입이 구단의 주 수익원인데 경기 수가 줄면 수익도 준다. 잠실구장의 경우 한 경기당 입장 수입은 2억 원 내외다. 중계권료 역시 하락할 수 있다. 이들은 144경기를 유지하면서 리그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KBO와 각 구단은 현재 27명 등록, 25명 출전인 엔트리를 한 명씩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경기당 3명 등록, 2명 출전인 외국인 선수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협조를 얻어 3명 출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 수도권 구단의 단장은 “KBO리그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경기 수를 줄이자니 감당해야 할 게 너무 크고, 유지하자니 경기력을 높일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 모든 가능성 열어두고 해답 찾아야
경기 수 축소가 반드시 리그 축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KBO리그는 2000년대 초반 외환위기 여파 등으로 급격히 위축된 적이 있다. 1995년 540만 명이던 관중은 2004년 233만 명까지 줄었다.
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