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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아닌데도 투표 가능한 나라는 韓日 단 두 곳뿐

입력 | 2020-01-16 03:00:00

주요 10개국 연령기준 비교해보니 대부분 성인-선거-흡연연령 같아




지난달 공직선거법 개정안 통과로 선거 가능 연령이 만 18세까지 확대됐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약 14만 명이 4월 총선에서 투표권을 행사한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성인이 아니다. 민법상 성인의 나이는 만 19세로 변동이 없다.

성인 연령과 선거 연령이 다른 국가는 흔치 않다. 지난달 법무부가 해외 주요 국가들의 성인 및 선거 연령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는 이례적인 경우다. 한국 일본 중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 10개국 2020년 기준으로 성인 연령과 선거 연령이 다른 나라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나머지 8개 나라는 만 18세부터 성인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선거권을 부여한다. 일본도 현재는 성인 연령이 20세, 선거 연령이 18세로 다르지만 민법 개정에 따라 2022년 4월부터 성인 연령도 18세로 조정된다.

음주와 흡연을 할 수 있는 나이도 일반적으로 성인 연령과 연계돼 있다. 영국과 러시아, 중국은 모두 성인 연령인 만 18세부터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울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증류주는 만 18세부터, 맥주나 와인은 만 16세부터 마실 수 있다. 이탈리아는 성인 연령보다 어린 만 16세부터 음주와 흡연을 허용하고 있다.

소년법이나 국민투표도 성인·선거 연령과 궤를 같이한다.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러시아 등 5개 국가는 성인 연령인 만 18세부터 소년법 대신 성인과 같은 형사법의 적용을 받는다. 국민투표권도 만 18세부터 부여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성인 연령과 선거 연령을 유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기수 변호사는 “해외 국가가 만 18세부터 성인으로 인정하고 선거권을 주는 이유는 우리와 학령제가 달라 대학에 일찍 들어가기 때문이다. 성인 나이에 대한 공론화 없이 선거 연령만 낮춘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김예림 변호사는 “성인 연령과 선거 연령이 다르다고 해서 법리적으로 충돌할 우려는 없다”면서도 “다만 고3 학생이 선거법을 위반해 형사 처벌될 위험이 생기는 것 등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선거권 부여가 성인 인정으로 연결돼 음주나 흡연을 둘러싼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선거 연령을 낮춘 건 고3 학생들의 판단 능력이 성인만큼 성숙했다고 인정해준 셈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음주나 흡연에 대한 요구도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당장 학교에서 학생들이 술을 마시게 해달라는 주장까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민법 개정에 대한 요구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