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요리 여행’ 발간 치앙마이래빗 작가
작가 치앙마이래빗이 태국의 대표적인 전통 요리인 ‘솜땀(그린파파야 샐러드)’의 주재료 파파야를 들어 보이고 있다. 파파야의 태국말은 ‘말라꼬’. 덜 익은 푸른 파파야를 퍽퍽 칼로 내리쳐 칼집을 낸 뒤 얇게 저며 채썰기 한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찾지 않아도 어느새 다가와 삶의 중심에 자리 잡는 대상이 있다. 태국 북부 도시 치앙마이를 딴 예명을 쓰는 작가 ‘치앙마이래빗’(래빗)에겐 태국이 그랬다.
1994년 무작정 집을 뛰쳐나갔을 때 그는 독일 소설 ‘팔아버린 웃음’ 속 주인공처럼 웃는 법을 잊은, 분노에 찬 20대였다.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나라’를 물어 덜컥 날아간 태국에서 그는 잃었던 웃음과 온전한 삶을 찾았다.
“방콕 공항에서 헤매는 나를 발견한 한국인 아주머니가 선교사에게 데려다줬다. 그의 소개로 16시간 버스를 타고 간 북동부 우돈타니에서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며 지냈다. 그 일을 하러 왔다가 내게 가로채기당한 한국 학생이 지금의 남편이다.”
치앙마이래빗(오른쪽)과 번역가인 남편 ‘하니캣’의 캐릭터. 옐로브릭 제공
전공을 살려 디자인 일을 하던 래빗은 다시 찾은 치앙마이에서 정말 하고 싶던 일, 글쓰기와 그림에 2년간 몰두했다. 최근 펴낸 ‘태국 요리 여행’은 방콕 ‘완디 요리학교’에서 배운 전통요리법을 만화와 함께 엮은 책이다.
솜땀(그린파파야 샐러드) 조리법. 옐로브릭 제공
사먹는 태국 요리와 태국 현지 ‘집밥’은 기본 재료인 남프릭(양념장) 제조법부터 다르다. 래빗이 받은 첫 수업 과제는 튀긴 고추, 마늘, 생강 등 재료를 잘게 다져 화강석 손절구로 30분간 곱게 빻는 것이었다. 남프릭에 향신료를 더해 코코넛크림과 끓이면 커리가 된다. 빻은 남프릭 저장 가능 기간은 이틀. 소금, 방부제가 들어간 시판용은 당연히 맛이 다르다.
파냉까이(치킨커리) 조리법. 옐로브릭 제공
“그래도 여전히 저녁에 치앙마이 골목을 걷다 보면 ‘농(동생), 우리랑 밥 먹고 가!’라며 인사하는 생면부지 아주머니를 이따금 만날 수 있다. 치앙마이에서 내가 찾은 건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에서 저절로 배어나오는 웃음이었다. 치앙마이는 언제나 내게 ‘땀 사바이(마음 편한대로 해)’라고 웃으며 말해준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