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한파에 폐업-실직 급증… 생계비 마련위해 일용직 찾아 “재취업 원하지만 갈 곳이…”
14일 오전 4시 30분 서울 구로구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 앞. 기온이 영하 6도까지 내려간 가운데 두꺼운 점퍼 차림의 남성들이 하나둘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일감을 찾으러 온 일용직 근로자들이다. 남구로역 앞은 수도권 최대 규모의 건설부문 인력시장이다.
그중에 김모 씨(42)도 있었다. 그는 지난해 일자리를 잃었다. 8년이나 다닌 직장이었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다 얼마 전부터 새벽마다 인력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50대 이상 근로자들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눴다. 아는 사람이 없는 김 씨는 한쪽에 홀로 서서 종이컵에 든 둥굴레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는 “한 번 실직한 경험이 있다 보니 섣불리 어느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두렵다”며 “그렇다고 집에서 쉴 수 없어 막일이라도 하러 왔다”고 말했다.
인력시장에선 김 씨 또래의 40대 근로자를 쉽게 볼 수 있었다. 50대 이상 베테랑 근로자들은 작업환경도 물어보고 일당 흥정도 하지만 40대 근로자들은 대부분 일감이 들어오자마자 가방을 들고 일어난다. 5년 동안 만화방을 운영하다 지난해 폐업한 정모 씨(46)도 며칠째 인력시장에 출근 도장을 찍고 있다. 한동안 편의점과 식당,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건설 일용직에 정착했다. 정 씨는 “회사를 다니다 자영업을 시작했는데 잘 안됐다. 다시 회사를 들어가고 싶지만 나이 탓에 받아주는 곳도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인력시장뿐 아니라 아르바이트(알바) 업계에도 고용 한파에 떠밀린 40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동아일보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에 접수된 이력서 분석을 의뢰한 결과 2017년 40대가 제출한 이력서는 36만2200건이었는데 2018년 72만2600건, 지난해 118만3400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이력서가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40대 이력서의 비중은 1.5배로 늘어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아르바이트를 찾는 40대 5명 중 1명(20.2%)은 ‘생산·건설·노무’ 직종에 지원했다. ‘서비스’(16.7%) ‘사무직’(15.7%)은 40대 지원 직종 중 2, 3위를 차지했다. ‘운전·배달’(1.7%)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관련 분야 수요가 늘면서 40대가 많이 찾는 일자리 중 하나다. 경남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다 지난해 실직한 A 씨(42)도 얼마 전부터 배달 알바를 뛰고 있다. A 씨는 “요즘 안정적인 직장을 다시 구하는 게 정말 쉽지 않다”며 “그나마 배달 쪽이 자리가 많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배달대행기사 노조인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 위원장은 “배달은 진입장벽이 없고, 돈을 바로 받을 수 있어 실직 후 생계가 급한 중년들이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