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름 공개한 ‘배드파더스’, 법원 “공공의 이익 위한 활동 인정”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전원 “무죄”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들의 신상을 공개한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 사이트 관계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창열)는 15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모 씨(57)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양육비 미지급 사례 제보자 A 씨(33)에 대해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아내의 인적사항 등을 게재한 혐의가 인정돼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는 등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며 “피고인의 활동은 양육비를 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을 받는 상황을 알리고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이 사건이 일반적인 명예훼손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해 직권으로 정식 재판에 회부했다. 이후 구 씨 측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14일 오전 9시 반부터 16시간 동안 국민참여재판이 열렸고 배심원 7명은 모두 무죄 평결을 냈다. 반면 검찰은 재판에서 구 씨 등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정보통신망법 제70조 1항)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에는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자동차 운전면허 정지와 형사처벌, 인적사항 공개 등을 규정한 양육비 이행 강화 법안이 10여 건 발의돼 있다. 검찰은 “1심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