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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단계 합의 서명식서 1시간 자화자찬…수차례 “믿기지 않아”

입력 | 2020-01-16 10:29:00

서명식, 하원 탄핵 관련 투표와 동시에 진행
美 인사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띄우기…"전설"
"시 주석은 정말 좋은 친구, 곧 中 가서 화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1단계 무역합의 공식 서명식에서 약 1시간 동안 발언하며 자신의 업적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서명식에 참석한 미국 측 재계인사까지 한 명씩 호명한 뒤 2단계 합의를 예고했다.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투표를 진행 중이던 시점에서 자신의 건재함과 업적을 과시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1단계 미중 무역합의 서명식에서 류허 중국 부총리를 세워두고 장황한 연설을 했다.

백악관이 홈페이지에 올린 발언록에 따르면 오전 11시51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오후 1시6분에 끝났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도 마이크 앞에 서기는 했지만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등장과 비슷한 시간에 하원의 탄핵소추안 상원 송부 안건 등 투표 절차가 시작됐다. 이에 개의치 않는 듯 트럼프 대통령은 ‘믿을 수 없는( incredible)’이라는 표현을 수차례 사용하며 상당히 기분 좋은 상태에서 말을 이어갔다.

류 부총리를 옆에 세워두고 말 그대로 백악관만의 잔치 같은 모습을 연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 라이트하이저 대표 그리고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각각 “믿을 수 없는 남자”, “정말 뛰어난 남자”, “월스트리트의 전설”이라고 표현하며 미국 측 인사들을 치켜세웠다.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소니 퍼듀 농무장관 등 협상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인사들의 이름도 불렸다.

데이브 캘훈 보잉 신임 최고경영자(CEO), 토머스 도너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 억만장자 투자가인 넬슨 펠츠, JP모건자산운용의 최고경영자(CEO) 메리 에르도스까지 부르며 안부를 묻고 최근 실적을 칭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공정하고 상호적인 무역의 미래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우리가 말하는 동안 지켜보고 있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감사하며, 나는 머지않아 중국에 가서 화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은 나의 정말, 정말 좋은 친구다. 그는 중국을, 나는 미국을 대표하지만 우리는 믿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이 이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이건 25년 전에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지만, 괜찮다”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를 향해서는 “우리 때문에 충분히 바빴나? 불쌍한 이 남자는 잠도 못 자고 뒤척였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시 주석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미국대사가 35년 전 젊은 시 주석을 만나고서 자신의 아내에게 “방금 미래의 중국 주석을 만났다”고 말했다는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랜스테드 대사를 향해 “28년 뒤 당신이 옳았다는 게 증명됐다”고 말했다.

캘훈 CEO에게는 “경영하기 아주 쉬운 회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737맥스기 추락 사고로 고전하고 있는 보잉의 상황을 빗대 농담한 것이다.

이렇게 미국 측 인사들에 얽힌 일화를 하나하나 언급하고 난 뒤에야 무역 이야기가 나왔다.

중국이 2년에 걸쳐 미국산 농산물 320억달러어치를 추가 구매하기로 한 것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협상에서 우리측 사람들이 200억달러(추가구매)에 동의하길래 나는 ‘아니다. 500억달러로 하자. 무슨 차이가 있겠어?’ 라고 했다”며 “나는 농부들을 사랑한다. 가서 농부들에게 더 큰 트랙터랑 땅을 사라고 말하라고 했다. 나는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는 2단계 합의를 시작할 것이다. 사람들은 충격받았지만 우리는 관세를 남겨뒀고, 그건 잘한 일”이라며 “하지만 2단계 합의가 가능하다면 나는 그 관세를 철폐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협상 카드가 없다”며 “류 부총리와 협상하는 건 매우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2단계 합의를 마무리하면 (관세는) 바로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3단계 합의는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