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의 세월호 관련 보도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62) 무소속 의원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방송법 제정 33년 만에 첫 유죄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오전 이 의원의 방송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방송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인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다룬 KBS 보도에 대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항의하는 등 방송 편성에 간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의원은 당시 김 전 국장에게 특정 뉴스 아이템을 빼거나 보도 내용을 바꿔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이 의원의 방송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지난 1987년 방송법이 제정된 지 31년 만에 이 규정 위반으로 처벌받는 첫 사례로, 방송법은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해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1심은 “공영방송의 보도국장을 접촉해 방송 편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고 한 범행”이라며 “이 의원은 범행 자체가 민주주의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인식과 행위였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이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실제 방송 편성에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구조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비판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벌금 1000만원 감형 판결을 내렸다.
이 의원은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서 벗어난 바 있다. 국가공무원법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직을 상실토록 한다. 이날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됨에 따라 이 의원은 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어 “사실과 어긋난 진실을 밝히자는 것과 재난 상황에서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는데 몰두하게 해 달라는 간청이었다”며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할 의도는 전혀 없다는 점에서 다툴 여지가 없지 않아 3심까지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최종 결정에 대해 조건 없이 승복한다”며 “제 경우가 참고가 돼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더 견고하게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