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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보도개입’ 이정현, 벌금형 확정…방송법 첫 유죄

입력 | 2020-01-16 11:14:00


 한국방송공사(KBS)의 세월호 관련 보도에 개입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62) 무소속 의원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방송법 제정 33년 만에 첫 유죄 확정 판결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6일 오전 이 의원의 방송법 위반 혐의 상고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방송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방송편성에 간섭함으로써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최초의 사건에서 대법원이 유죄 판단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판결 의미를 설명했다.

이 의원은 박근혜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인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를 다룬 KBS 보도에 대해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항의하는 등 방송 편성에 간섭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의원은 당시 김 전 국장에게 특정 뉴스 아이템을 빼거나 보도 내용을 바꿔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이 의원의 방송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지난 1987년 방송법이 제정된 지 31년 만에 이 규정 위반으로 처벌받는 첫 사례로, 방송법은 ‘누구든지 방송 편성에 관해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하지 않고는 어떤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1심은 “공영방송의 보도국장을 접촉해 방송 편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고 한 범행”이라며 “이 의원은 범행 자체가 민주주의 질서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인식과 행위였음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이 의원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실제 방송 편성에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구조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비판 보도를 자제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이유로 벌금 1000만원 감형 판결을 내렸다.
이 의원은 2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 위기에서 벗어난 바 있다. 국가공무원법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이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직을 상실토록 한다. 이날 대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됨에 따라 이 의원은 직을 유지하게 됐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여전히 큰 아픔을 겪고 있는 세월호 유족들에게 위로가 돼 주기는커녕 또 다른 상처가 됐을 것을 생각하면 송구하고 마음 무겁다.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사실과 어긋난 진실을 밝히자는 것과 재난 상황에서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는데 몰두하게 해 달라는 간청이었다”며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할 의도는 전혀 없다는 점에서 다툴 여지가 없지 않아 3심까지 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최종 결정에 대해 조건 없이 승복한다”며 “제 경우가 참고가 돼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 더 견고하게 보장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