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뒷조사에 국고를 동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종흡(72) 전 국가정보원 3차장과 김승연(62) 전 대북공작국장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국정원장은 회계관리직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1심 판결을 파기했지만, 양형은 그대로 유지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구회근)는 1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전 3차장에게 1심과 같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또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 전 국장에게도 1심과 같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가장체 수익금(대북공작금)이 반납된 적 없는 것으로 결론지어 규정에 따라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국가 규정의 운영지침이나 내부절차를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1심과 같이 동일하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박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 상고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국정원장은 회계관리직원에 해당한다’면서 이를 달리봐 국고손실 혐의를 무죄로 본 원심 판단을 다시 심리하라고 지적했다.
최 전 3차장 등의 1심은 국정원장을 회계관리직원으로 보지 않아 이들의 자금 사용을 국고 손실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이같은 1심 판단이 잘못돼 파기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유리한 정상과 부정적 양형들을 참작해 형을 달리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최 전 3차장 등이 개인적 이익을 취한 것은 없어 보인다”면서도 “최 전 3차장 등은 국고에 납입될 성질의 가장체 수익금을 정당한 사업이라고 보기 어려운 사업에 불법 사용해 대단히 잘못된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최 전 3차장은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0년 5~8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시에 따라 당시 풍문으로 떠돌던 김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에 대북공작금 약 1억6000만원을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국장은 2011년 5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같은 명목으로 대북공작금 약 5억3000만원, 2011년 11~12월 노 전 대통령 측근에게 금품 제공 의혹이 있던 ‘바다이야기’ 사건과 관련해 해외도피사범 국내송환 비용으로 9000만원을 쓴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일명 ‘데이비슨’,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연어’라는 사업명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 전 국장은 2012년 4월 원 전 원장이 사용할 서울시내 특급호텔 스위트룸의 전세보증금을 대북공작금 약 28억원으로 낸 혐의도 받는다.
앞서 1심은 “‘데이비슨’ 사업과 ‘연어’ 사업은 새로운 공작 사업으로 가장체 수익금과 직접 관련돼 있지 않아 이 사건에 드는 비용을 국고에 납입하지 않고 유용한 것은 위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최 전 3차장과 김 전 국장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