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청와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된 국민청원 공문을 국가인권위원회에 보낸 것을 두고 인권위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비판이 나오자, 인권위가 청와대의 이첩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한 인권위는 청와대가 폐기 요청을 해 반송했다고 했다.
인권위는 16일 설명자료를 통해 2001년 인권위 설립 이후 대통령비서실에서 이송(이첩)된 민원이 700여 건이라고 밝혔다. 별도의 판단을 담지는 않았지만, 청와대에서 민원이 이송되는 것은 통상 절차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위 설명만 놓고 보면 공문이 오가는 과정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인권위는 지난 7~13일 사이 청와와 주고받은 내용을 공개했다. 대통령 비서실은 총 3번 공문을 보내왔다. 지난 7일, 9일, 13일이다. 이에 인권위는 8일, 13일 회신했다.
지난 7일 대통령 비서실은 인권위원회에 “국민청원 답변 요건 달성에 따른 답변 협조 요청문”을 보냈다. 해당 국민청원 내용도 첨부했다. ‘조국 전 장관과 가족에 대한 검찰수사 과정에서 빚어진 인권침해 여부를 조사해 달라’는 청원이다.
인권위는 8일 “진정제기 요건을 갖추어 행정상 이송(이첩)이 이루어져 조사 개시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진정으로 접수하여 조사가 가능 하다”고 회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32조는 ‘진정이 익명이나 가명으로 제출된 경우 그 진정을 각하(却下)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서실은 다음날인 9일 ‘국민청원 이첩 관련’이라는 제목으로 국민청원을 이첩한다는 내용의 요청문을 또 한 차례 보냈다. 그리고는 나흘이 지난 13일 ‘국민청원 9일자 공문이 착오로 송부된 것이므로 폐기 요청’한다고 인권위에 보냈다.
하지만, 같은 날 강정수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청와대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 청원 내용을 담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명의로 인권위에 공문을 송부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인권위 설명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날 인권위에 공문 폐기 요청을 한 것이다.
이후 ‘인권위가 청와대 공문을 반송했다’는 소식이 추가로 알려지며 요청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의문이 증폭됐다. 이에 청와대 측은 “직원이 착각해 또 보낸 공문을 폐기해 달라고 요청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두 번째 공문이 왜 착오로 송부된 것인지에 대해서는 청와대 설명도 인권위 해명도 부실해 의문이 여전하다.
15일 인권운동사랑방 등 15개 인권단체는 성명서를 내고 “인권위는 청와대의 하부 행정기관이 아니다”며 “청와대가 비서실장 명의로 공문을 보낸 건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지시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인권위는 민원처리에 관한 법률 제16조(민원문서의 이송)를 근거로 제시하며 청와대의 공문 이첩이 통상적인 행위라고 했다. 이 조항에서는 '행정기관의 장은 접수한 민원이 다른 행정기관의 소관인 경우 접수된 민원문서를 지체 없이 소관기관에 이송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