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와 무관하게 독자적 남북 관계 확대를 선언한 정부가 잇따라 대미 설득 외교전에 나서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핵수석대표협의를 갖기 위해 15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에 도착해 “(대북 개별 관광 문제를)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상대 이해를 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전날 한미 외교장관회담 후 “시점에 따라 남북이 (북-미보다) 먼저 나갈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실무급 협의를 시작해보겠다는 것이다.
이 본부장은 “안보리 제재에 의해 (개별 관광이) 금지된 게 아니다. 다만 여러 (한미) 공조 측면에서 우리가 자제했던 것”이라며 “허심탄회하게 서로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미 간) 대화를 도우며 동시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바를 하는 개념”이라고도 했다. 이에 이번 협의는 새해 첫 한미 워킹그룹 회의를 겸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 당국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강 장관이 한미 외교장관 회담 후 “미국도 우리의 의지 희망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미국이 말하는 ‘이해’는 한국이 말하는 ‘이해’와 다를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이 정부 입장에 동의했다기보다는 이를 인지했다는 의미에 가깝다는 뜻이어서 당분간 관광 재개 등 남북 경협을 놓고 한미 간 미묘한 기류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