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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도시 만든다면서…인천경제청, 돈벌이에 급급”

입력 | 2020-01-17 03:00:00

“시세차익 노린 최고가 입찰 방식, 땅 값 부추기고 도시 경관 망친다”
송도6공구 매각 방식에 주민 반발…직무유기 등 혐의로 형사고발 계획
경제청 “경관 가이드 제시할 것”



서해 바다와 6공구 호수, 인천대교,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을 조망할 수 있는 등 최고의 입지를 갖춘 송도국제도시 6공구 아파트 용지. 송도 주민들은 “설계공모 방식을 통해 6공구 아파트 용지에 도시 경관을 고려한 멋진 아파트를 건축해 달라고 요구해 왔는데 인천경제청이 땅장사에 급급해 최고가 입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도시 경관을 무시한 채 송도국제도시 6공구 아파트 용지를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려 하자 송도 주민들이 “돈벌이에만 급급한 땅장사에 매달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16일 송도 입주자 협의체인 올댓송도 등에 따르면 인천경제청은 올해 송도 6공구 공동주택용지 3필지를 주민 요구를 무시한 채 ‘설계공모 방식’이 아닌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대해 송도 주민들은 “인천경제청이 부동산 가격만 부추기는 탁상행정을 하고 있다”며 항의 방문을 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송도 6공구 아파트 용지인 A9, A12, A17 블록 등 3개 필지를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매각해 개발 재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송도 주민들은 수년 전부터 바다와 6공구 호수, 인천대교,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최고 입지의 6공구에 부산 센텀시티를 뛰어넘는 도시 경관 디자인을 접목한 건축물(아파트)이 들어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몇 년 사이 도시 경관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부산 센텀시티와 세종시, 경기 광교신도시 등에 비해 송도신도시가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청은 한때 경관 디자인을 잘하는 업체에 개발 권한을 주는 ‘설계공모 방식’의 아파트 용지 매각 방식을 적극 검토해 왔다. 설계공모 방식으로 용지를 매각해 아름다운 도시 경관을 만들고 있는 세종시에 공무원을 보내 벤치마킹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인천시가 재정난을 이유로 인천경제청 자산인 6공구 A10 블록을 이관해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최저 입찰가보다 금액이 수천억 원을 웃돌자 설계공모 방식을 버리고 최고가 입찰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김성훈 올댓송도 회장은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이 돈벌이에 급급해 도시 경관을 외면한 채 최고가 입찰 방식을 고수한다면 형사 고발 등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라며 “자산이관 문제, 자산이관 때 법정이자 미약정 문제 등 배임, 직무유기 등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송도 주민들은 500명 이상의 형사고발인단을 모집해 검찰에 고발장을 낼 방침이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설계공모를 하면 일반적으로 경관 디자인에 설계 비용 등이 많이 들어가 건설업체에 아파트 용지 가격을 할인해 줘야 한다. 땅값만 할인해 주고 기대했던 경관 디자인이 나오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어 최고가 입찰 방식을 채택했다”고 해명했다. 인천경제청은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6·8공구 일대를 경관상세구역으로 지정해 경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최고가 입찰이 송도의 부동산 가격만 부추기고 도시 경관은 망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아파트 용지 최고가 입찰 방식이 집값 안정을 위해 각종 대책을 마련 중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