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설 많고 운영계획 모호”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안돼 울산시 “상반기에 재추진 방침”
‘1조2000억 원→4393억 원→1865억 원→993억 원…무산.’
정부가 2014년 대한민국 산업화의 상징도시인 울산에 짓기로 했던 국립산업기술박물관(국립산박)의 6년 동안 사업비 축소 과정이다. 이 사업은 수차례의 계획 변경으로 당초 사업비의 12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지만, 정부가 최근 백지화시켰다. 울산 홀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울산시는 국립산박의 대안으로 모색하던 산업기술복합문화공간 건립 사업이 첫 관문인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대상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로부터 받았다고 16일 밝혔다.
시 확인 결과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원회는 산업기술복합문화공간 건립 사업이 기존 직업 체험관, 기업홍보관, 박물관 등에서 유사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건립 시급성이 부족하고 전시물 수집 방안 등 복합문화공간 운영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고 미선정 사유를 들었다. 정부가 국립산박 건립을 확정한 지 만 6년 만에 최종 무산된 것이다. 국립산박은 2012년부터 시민단체 등이 중심이 돼 유치 운동을 벌이면서 울산 유치가 추진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이를 울산 공약 1호로 제시했으며, 당선 뒤 국립산박 울산 건설은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2017년 8월 국립산박 예타 조사 결과 B/C가 0.16으로 경제적 타당성을 나타내는 1을 크게 밑돌아 건립 자체가 무산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립산박 대신 산업기술복합문화공간으로 명칭을 바꾸고 사업비도 993억 원으로 대폭 낮춰 재추진했다. 이를 위해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산업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 산업기술복합문화공간 건립 로드맵을 수립했다. 시와 산업부는 이를 근거로 지난해 9월 기재부에 예타 조사 대상 사업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으나 지난해 12월 최종 무산됐다.
울산의 한 시민단체 간부는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수십 년 동안 공해 피해를 감수해온 울산 시민에 대한 보답으로 건립되리라 여겼던 시설이 결국 무산돼 허탈하다”고 말했다.
시는 충북의 미래해양과학관 등 최근 예타 대상 사업으로 선정된 사업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올 상반기에 재추진할 방침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산업기술복합문화공간의 연간 운영비 60억 원 가운데 일부를 시가 부담하겠다는 의견을 내는 등 지속적인 노력에도 무산돼 납득하기 어렵다”며 “기재부 재정사업평가위를 통과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