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KBL에 번지는 ‘인종차별 미투’

입력 | 2020-01-17 03:00:00

귀화 라건아 “가족까지 피해” 이어
브라운-혼혈 전태풍 “계속 시달려”




귀화 선수 라건아(31·사진)뿐만이 아니었다. 일부 팬의 도를 넘은 인종차별은 국내 프로농구에서 활동하는 다른 외국인 선수도 겪고 있었다.

2018년 체육 분야 우수 인재로 특별 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KCC의 라건아가 1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종차별을 겪고 있다고 공개한 데 이어 KGC의 브랜든 브라운(35)도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 사례를 털어놨다. 국내에서 4시즌째 뛰고 있는 브라운은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받은 팬들의 과격한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가 한 경기에서 자유투를 4개 연속 놓쳤을 때는 인종차별 메시지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나 당해라’라고 저주를 퍼붓는 내용까지 있었다.

라건아는 16일 훈련을 앞두고 “예전부터 이런 메시지를 받았지만 최근 아내와 딸을 공격하는 내용까지 늘어났다. 법적으로 대응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힘들다”며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라건아는 귀화 이후 공격성 메시지가 더 늘었다고 밝히면서도 “나와 가족 모두 한국 생활에 만족하며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휴대전화에서만 센 척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너는 계속 농구에 전념해야 한다. 한국 국가대표로 처음 뛰는 외국인 선수답게 열심히 노력해서 한국 어린이들의 존경을 받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는 격려 글을 라건아의 SNS에 적었다. 이들 외에 SK의 혼혈 선수 전태풍(40)도 귀화 후 지속적인 인종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농구연맹(KBL) 관계자는 “연맹 자문 변호단에 선수를 도울 방법이 있는지 법적 검토를 요청할 계획이다. 구단들과도 재발 방지를 위해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