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22개월만에 1단계 합의 서명
美-中, 1단계 무역합의 서명… 불안한 휴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오른쪽)이 15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서명한 뒤 류허 중국 부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두 나라는 2018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 500억 달러어치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약 22개월 만에 휴전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됐지만 중국의 보조금 지급 등 난제가 많아 2단계 협상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워싱턴=AP 뉴시스
이날 공개된 94쪽의 합의문에 따르면 중국은 향후 2년간 농산물, 공산품, 서비스,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총 2000억 달러(약 232조 원)어치의 미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한다. 미국도 약 120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15%에서 7.5%로 낮추고 156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소비재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보류한다. 다만 미국은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기존의 25% 관세는 2단계 무역합의가 타결될 때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중국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류 부총리가 대독한 서신에서 “양국 합의는 세계를 위해 좋다”고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트위터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무역 거래 중 하나”라며 “2500억 달러가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며 미 역사에 이런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 29,000’이라고 적힌 모자를 쓴 증권 거래인들이 장중 전광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날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힘입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종가 기준 사상 최초로 29,000을 돌파했다. 뉴욕=AP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급이 맞지 않는 류 부총리와 합의문에 서명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백악관은 시 국가주석과의 합의문 서명을 추진했지만 중국 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권 매체 둬웨이(多維)는 “중국이 이번 합의와 양국의 미래 관계를 낙관적으로 보지 않음을 알려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중국과의 2단계 협상을 곧 시작할 것”이라며 “2단계 협상이 마무리되면 그간 부과한 대중 관세를 모두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11월 대선 전까지는 관세를 중국을 압박할 협상 카드로 사용할 뜻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제재 역시 당장 풀 계획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류 부총리도 시 주석의 성명을 대독하며 “중국 기업의 정상적인 무역과 투자 활동에 대해 공평하게 대해 주기를 바란다”며 제재를 철회해 달라고 맞섰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