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유병언에 배상 책임 인정 판결
"세월호 운항 관련 감시·감독할 의무"
임직원들 부적절한 업무 관리 책임
"상속자녀들, 세월호 비용 일부보전"
법원이 고(故)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자녀들에게 세월호 침몰 참사 비용 일부를 보전하라고 판결하면서 유 전 회장을 참사의 원인 제공자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유 전 회장 상속재판을 포기한 장남 대균씨를 제외한 나머지 자녀들이 정부가 사용한 세월호 수습 비용을 부담해야한다고 주문했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동연)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발생한 3723억원 중 1700억원을 유 전 회장의 재산을 상속한 자녀들이 각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1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차남 혁기씨는 약 557억원, 장녀 섬나씨는 약 571억원, 차녀 상나씨는 약 572억원을 지연손해금과 함께 정부에 지급해야 한다.
앞서 정부는 대균씨를 상대로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손해배상금 총 1878억원을 부담하라며 구상금 청구 소송을 냈지만, 세월호피해자지원법이 정한 ‘세월호 침몰사고에 원인을 제공한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패소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판결은 유 전 회장을 “청해진해운의 경영에 관여하면서 세월호의 수리·증축 및 운항 등과 관련해 업무 집행을 지시하거나 그에 가담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대균씨와 달리 봤다. 유 전 회장이 상법상 ‘업무집행지시자’,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청해진해운에 영향력을 행사해 대표이사를 임면하고, 이후 중요한 경영상황을 보고받았다는 점뿐만 아니라 세월호의 도입부터 증·개축 승인 등 세월호 관련 업무를 지시한 사실이 근거가 됐다. 또 그가 청해진해운에서 회장으로 불리고 비상연락망에 회장으로 기재된 점, 인원현황표 상 사원번호가 1번인 점, 청해진해운이 설립된 1999년부터 꾸준하게 급여를 지급받은 점 등도 이런 판단을 도왔다.
이에 따라 법원은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운항과 관련한 업무집행지시자로서 임직원들이 적법하고 안전하게 세월호를 운영하는지 감시·감독할 의무를 가진다고 봤다. 즉 임직원들이 2013년 1월7일부터 2014년 4월15일까지 180회 이상 화물을 과적하고, 고박을 부실하게 한 세월호를 출항시키는 등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행해진 임직원들의 위법행위 또는 부적절한 업무집행에 책임이 있다는 게 법원 판단이다.
법원은 이처럼 지속적이거나 조직적인 감시 소홀의 결과로 발생한 참사에 유 전 회장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유 전 회장이 사망한 만큼 상속인인 혁기, 섬나, 상나씨가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장남 대균씨는 상속 포기가 적법했던 만큼 책임이 상속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법원은 공무원인 해경 123정장, 정부로부터 공무를 위탁받은 한국해운조합 및 운항관리자의 과실 책임은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운항관리자들의 세월호 안전운항 관리 소홀, 해경 및 한국해운조합의 운항관리자들에 대한 지도·감독 소홀 등이 참사 발생에 영향을 준 점, 해경 123정장의 퇴선 유도 조치 소홀 등이 손해가 커지게 된 배경이 된 점 등을 고려해 부담비율은 25%가 적정하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