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해리스 비판 한목소리
文대통령 “신북방정책 실질 성과 내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2020 신북방정책정략’을 보고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올해 다시 찾아오기 힘들 정도로 굉장히 좋은 계기를 맞은 만큼 신북방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청와대 제공
이날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민주당이다. 송영길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해리스 대사를 향해 “의견 표명은 좋지만, 우리가 대사가 한 말대로 따라야 한다면 대사가 무슨 조선 총독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사로서 위치에 걸맞지 않은 좀 과한 발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다음은 통일부가 바통을 받았다. 이상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해리스 대사의 발언에 대해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면서 “대북 정책은 대한민국의 주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통상 금요일 브리핑은 김은한 부대변인이 맡지만, 이날은 상급자인 이 대변인이 나섰고 내용도 최근 브리핑 중 가장 수위가 높았다.
오후에는 청와대가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을 갖고 “대사가 주재국의 대통령 발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대단히 부적절하다”며 “남북 협력 관련 부분은 우리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주한 외교 사절단, 그것도 최우방국인 미국 대사를 정면으로 겨냥해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날 당정청의 이례적인 목소리는 북한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새해 들어 철저히 청와대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움직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평양에 알리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권구훈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2020 신북방정책 전략’을 보고받았다. 러시아, 몽골 등과 연관된 신북방정책은 남북 철도·도로·전력 연결 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해당 분야의 남북 협력 방안도 논의됐을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논의 내용에 대해 “국익과 관련한 사안이라 확인이 어렵다”고만 밝혔다.
이와 동시에 청와대는 대미 외교의 창구인 외교부를 통해서는 백악관 설득에 나섰다. 방미 중인 이도훈 한반도교섭본부장은 “어떤 물건을 (북한에) 들여갈 수 있는지, 단체관광객이 뭘 갖고 가는 문제, 소소한 문제에서 걸리는 것이 있을 수 있다. (미국과) 오해가 생기지 않는 방향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통일부와 대미 관계의 주무인 외교부가 각각의 협상 상대를 고려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청와대는 이런 강온 전략으로 올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양쪽에서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청와대가 치밀한 조율 능력을 보이지 못하면 남북, 북-미 관계는 물론 핵심인 한미 동맹까지 삐걱거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