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이정향 영화감독
영화는 설리 기장의 청문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비행기가 강 위로 무사히 착수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속도와 각도를 정확하게 맞추지 않으면 비행기 몸통이 여럿으로 동강 난다. 기적적으로 꼬리만 다치고 침수된 이 비행기는 결국 박물관에 모셔졌다. 항공사는 기장이 오판으로 활주로 대신 강을 선택한 건 아닌지를 조사한다.
불시착 2분 만에 155명 전원이 기체 밖으로 나왔고, 1분 후에는 통근용 페리 선박들이 구조대원들을 싣고 도착해 20분 만에 모두를 태우고 떠났다. 그 사이에 설리 기장은 물이 차오르는 기체에 들어가 탈출하지 못한 승객이 있는지 두 번씩이나 구석구석을 살피고 맨 마지막으로 탈출한다. 기체는 곧 물에 잠긴다. 부상자는 승객을 돕다가 다리를 다친 승무원 한 명뿐.
설리 기장이 있는 미국이 부러웠다. 빈틈없이 신속한 구조를 하는 미국이 탐났다. 그런데 그들은 모두 평범한 국민일 뿐이다. 국민의 힘이 바로 국가의 힘이기에 이렇게 되려면 우리 국민 개개인이 달라져야 한다. 한 나라의 구조 대응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안전 의식과 비례하기에 안전 불감증에 찌든 국민이 질 높은 구조 수준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지하 노래방에 갔는데 비상구가 막혀 있으니 다른 곳으로 가자는 친구가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미국은 9·11테러 때의 구조 방법상 미숙했던 점을 계속 보강하여 훈련해 왔다고 한다. 우리는?
재앙은 한 번의 실수로 발생하지 않는다. 잘못이 연속적으로 벌어진 끝에 참사가 일어나듯,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한 여러 명의 결과물이 모여서 기적이란 이름을 만든다.
이정향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