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이어 내수 3위 지켰지만 중동-중남미시장 판매량 반토막 등 작년 해외수출 1년새 19.7% 급락 티볼리 이후 소형 SUV 경쟁 심화… 마힌드라 방한효과 나타날지 촉각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성시대가 열렸지만 정작 SUV의 명가로 꼽히던 쌍용자동차는 심각한 경영난에 빠지는 역설이 지속되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는 현대 기아차에 이어 3위로 올라섰지만 정작 대외변수로 수출 시장에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19일 쌍용차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국내에서 총 10만7789대를 판매했다. 2018년(10만9140대)에 비해 줄었지만 그 폭은 1.2%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이른바 완성차 ‘스몰 3사’ 가운데서는 4위 르노삼성자동차(8만6859대)를 누르고 현대·기아차에 이은 내수 판매 3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쌍용차는 지난해 해외 수출 판매가 2만7446대에 그치며 2018년 3만4169대에 비해 19.7% 급락했다. 최대 수출 지역인 유럽연합(EU)에서 판매량을 늘리지 못했고 중동과 중·남미 지역에서는 2018년에 비해 판매량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탓이다.
비교적 선방하고 있는 내수 시장에서는 SUV 시장이 커지면서 오히려 경쟁자가 늘어나는 상황이 됐다. 쌍용차는 국내 업체 중 선도적으로 중소형 SUV인 티볼리를 내놓으면서 사실상 시장을 개척했다. 이 덕분에 2016년에는 티볼리만 8만5000대 이상 판매하면서 흑자 전환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후 현대·기아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앞다퉈 비슷한 크기의 SUV를 출시했다. 자동차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일부 차종이 성공하면 경쟁사들이 앞다퉈 비슷한 차종을 연이어 출시하는 ‘제로섬 시장’으로 국내 시장이 바뀐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실적 악화와 이에 따른 투자 감소로 신차 출시가 적시에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쌍용차의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와 정부의 셈법 역시 복잡해지고 있다. 쌍용차는 지난해 1∼3분기(1∼9월)에 총 1821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다. 최근 3년간 누적 적자가 30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회사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으려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마힌드라 대표(사장)가 16, 17일 방한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을 방문하고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과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난 것 역시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다.
그는 산업은행 등의 금융 지원을 전제로 23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2022년까지 쌍용차를 흑자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미 적자가 누적된 쌍용차가 이 정도 자금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도형 dodo@donga.com·장윤정·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