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새의 양 날개 중 한 날개는 부상당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새로운 보수당, 우리공화당 등으로 파편화된 보수 세력이 여전히 ‘박근혜 탄핵’의 진흙에서 허우적대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오염된 물을 안 갈면 새 물고기도 죽는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공천 혁신이 단순한 인물 교체를 뛰어넘어 보수 세력의 판갈이로 진화해야 한다는 의지로 보인다.
한국당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비호감 정당 1위라는 불명예를 벗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폭주에도 불구하고 ‘수권대안세력’의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보다는 내부에서 과거 탄핵의 잘잘못만 따지는 한심한 행태 탓도 있을 것이다. 비호감 이미지의 덫에 갇혀 있으니 어떤 주장이나 대정부 비판을 해도 국민들에게 외면당하는 ‘메신저 거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과감한 물갈이와 젊고 새로운 인물 수혈은 시대적 요구다.
그러나 한국당의 본진이나 다름없는 대구 경북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은 어제 불출마를 선언한 정종섭 의원이 처음이었다. 특히 박근혜 정권의 수혜를 많이 받은 이 지역 의원들이 정치적 책임엔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한국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한국당 상황이 2004년 한나라당 ‘천막당사’ 시절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