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외교 전략을 총괄하는 외무상이 리용호에서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장으로 교체됐다고 한다. 북한이 공식 발표는 하지 않고 있지만 북한 주재 외국 대사관에 이런 인사 내용을 통보했다는 보도다. 군 출신으로 조평통을 이끌며 대남 분야에서 주로 활동해 왔던 리선권은 외교 경력이 거의 알려진 바 없다.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평양을 찾은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막말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리선권 임명이 공식화된다면 이는 더욱 강경한 도발과 대결 노선으로 치닫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리선권의 등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말 나흘간에 걸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주관하면서 천명한 ‘정면돌파전’에 맥이 닿아 있다. 미국은 북한이 기대하는 제재 완화 등 요구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선에 돌입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관계 개선보다는 현상 유지의 상황 관리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다가는 북한에 유리한 방식의 협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판단해 도발의 강도를 한 단계 더 높이겠다는 으름장으로 리선권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생일 축하 메시지 전달로 협상 재개 분위기 조성에 나서면서도 재무부의 대북 제재를 통해 경고의 뜻도 분명히 나타냈다. 그런데 북한은 1차 북핵 위기부터 해박한 군축 및 핵 지식으로 무장하고 협상에 관여해 온 리용호를 퇴장시킴으로써 핵 문제를 외교 협상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또 다른 벼랑끝 외교를 선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