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미국통 리용호 외무상 경질… 후임에 ‘냉면 목구멍’ 발언 리선권 ‘先체제보장 後비핵화’ 관철 의지
19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주말 외무상을 리용호에서 리선권으로 교체했다고 평양 주재 외국 대사관에 통보했다. 김정은이 국무위원장에 추대된 2016년 이후 4년 만이다.
군부 출신으로 남북 군사실무회담 대표를 맡기도 했던 리선권은 조평통위원장으로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이끄는 등 주로 남북 협상을 담당해 왔다. 역시 군부 출신으로 천안함 피격 책임자로 꼽히는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과 같은 강경파로,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방북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막말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이 리수용, 리용호를 경질하고 외교 경험이 거의 없는 리선권을 외무상으로 발탁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체제 보장 등 만족할 만한 상응조치를 내놓지 않으면 비핵화 협상은 없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군부 출신의 강경파인 리선권의 외무상 발탁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미국에 대한 대화의 문은 열어 놓되 선 체제 보장, 후 비핵화 협상을 관철하겠다는 대미 압박의 상징적 조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외교에도 북한이 대미 강경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북-미 대화는 장기 교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제시한 북한 개별 관광 등 남북관계 개선 역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대남 협상을 이끌었던 리선권의 부상으로 ‘선(先) 미국, 후(後) 남한’의 기조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