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인사이드]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꽃집 앞을 걸어가고 있다. 서순라길은 조선시대 순라군이 야간에 순찰을 했던 길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돌담이 종묘의 담벼락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순라길에 붙은 ‘순라’는 조선시대 순찰제도로 도둑, 화재 등을 예방하기 위해 야간에 궁중과 도성 둘레를 순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담당하는 군인이 순라군이었고 이들의 주요 활동무대였던 길에 ‘순라길’이라는 이름이 자연스럽게 붙여졌다. 종묘를 기준으로 서쪽 담장을 따라 난 길은 서(西)순라길, 동쪽 담장을 따라 이어진 길은 동(東)순라길이라고 한다. 맛집, 카페 등으로 유명해진 거리들이 대부분 비공식적으로 ‘○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것과 달리 서순라길은 행정주소로 등록된 진짜 도로명이다. 서울시는 1995년 순라길을 역사문화탐방로로 지정했다.
현재 서순라길의 모습은 1995년 종로구가 차도로 정비하면서 갖춰지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종묘 돌담 바로 옆까지 주택과 불법 점유시설이 들어서 통행 자체가 어려웠다. 1950년대 후반에는 이 일대에 좀도둑이 들끓어 정부가 아예 길을 막기도 했다. 게다가 서순라길에 카페나 술집 등이 오밀조밀 들어선 것은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귀금속 상점, 소공인들의 점포, 창고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던 길에 2014년경부터 카페, 식당, 술집 등이 모이기 시작했다. 주택 밀집지역인 동순라길 일대에도 최근 카페, 식당 등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골목길 해설사인 안순화 씨는 “과거에도 서민들이 즐겨 찾는 잔술집이나 탁줏집이 더러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서순라길 보도와 가로수 정비를 시작했다. 겨울철로 들어서며 공사가 잠시 중단됐지만 올 3월 중순부터 정비 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서순라길 남쪽에서 약 200m 지점에는 문화공연 등이 열리는 소통광장도 조성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순라길 인근에 위치한 돈화문로도 정비하고 있다. 앞으로 두 길을 찾는 시민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