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사망후 힘 잃은 통합정부, 수도 트리폴리 주변서 명맥 유지 LNA, 유전지대 장악해 세 과시… 하프타르 사령관 수도 입성 야심 친정부 터키 파병 맞서 ‘석유시위’… 주변국 지지도 양측 갈려 팽팽
일각에선 베를린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사실상 파장 분위기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LNA와 GNA는 1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휴전 협상을 펼쳤지만 견해 차이로 이미 실패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LNA를 지지하는 무장단체는 최근 터키가 GNA를 돕기 위해 2000명을 파병한 것에 항의해 브레가, 라스라누프, 하리가, 주에이티나, 시드라 항구 등을 봉쇄했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리비아의 원유 수출량이 하루 13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급감했고 손실 금액도 하루 5500만 달러(약 640억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리비아를 둘러싼 주요국의 이해관계가 제각각인 것도 혼란을 부추긴다. 미국은 겉으로는 유엔이 인정한 GNA를 지지하면서도 ‘석유’를 이유로 하프타르와도 깊은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하프타르는 카다피 독재 시절인 1990년대 미국으로 망명해 시민권을 얻었고 카다피 사후 귀국해 세력을 확장했다.
오스만제국 시절 리비아 북부를 지배했던 터키, 20세기 초 리비아를 식민통치했던 이탈리아, 이슬람 원리주의 성향 정치단체인 무슬림형제단과 우호적인 관계인 카타르는 GNA를 지지한다. 반면 러시아, 프랑스 등은 석유와 첨단 무기 판매 등을 이유로 LNA를 두둔한다. 세속주의 왕정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리비아와 인접한 이집트는 GNA의 이슬람 원리주의에 부담을 느껴 LNA 편에 서 있다.
유럽 각국은 리비아 내전으로 난민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2015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유럽으로 건너오는 난민은 연간 100만 명에 달한다. 여기에 리비아마저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지중해를 넘어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이 더 늘어나고 있다.
BBC 등은 “리비아 내전이 멈추지 않으면 폭증하는 난민으로 전 유럽이 더 심각한 갈등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파리=김윤종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