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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이 北서 새해 최고 선물로 꼽히는 이유? [송홍근 기자의 언박싱평양]

입력 | 2020-01-20 14:00:00


탈북민 조의성 씨(연세대 4학년)는 설을 앞두고 연 띄우는 꿈을 꾸곤 합니다. 꿈 속 자아에는 천진난만한 10대의 ‘나’와 탈북을 꿈꾸던 20대 시절의 ‘나’, 한국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30대의 ‘나’가 모두 투영돼 있다고 합니다.

북조선녀성 페이스북 캡처


북한의 한 해는 연날리기로 시작합니다. 조 씨가 10대 때 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종이는 ‘연력’이었습니다. 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큼직한 종이가 필요한데, 열두 달 달력을 종이 한 장에 적은 연력이 ‘딱’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물자가 귀해 지금도 ‘달력’을 쓰는 가정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달력이 최고의 새해 선물입니다.

새해를 앞두고 인민반을 통해 세대별로 연력을 한 장씩 공급합니다. 연력은 가로 50㎝, 세로 70㎝로 연을 만들기에 제격입니다. 조 씨는 세밑이 열흘쯤 남으면 부모님께 연력을 써도 되느냐고 묻기를 거듭했다면서 이렇게 추억합니다.

“종이 중심부에 적당한 크기의 구멍을 내고 잘 말린 수숫대를 쪼개서 만든 연살을 붙이고 네모서리에 조·국·통·일이라고 큼직하게 써넣은 후 공책 서너 장을 바르게 잘라 연의 몸통에 붙이면 꼬리까지 완성입니다. 연력이 단 한 장밖에 없기에 연 만들기를 망치면 한해를 망치는 것과 같았습니다.”

조 씨의 기억 속 설날은 ‘신정’(양력 1월 1일)입니다. 일제강점기 민족문화 말살 정책의 일환으로 달력에서 사라진 설날은 ‘봉건 잔재 타파’를 외친 북한에서 부활하지 못했습니다. 음력설과 추석을 비롯한 민속명절이 1980년대 재등장했으나 양력설에 익숙하던 주민들은 생소한 규정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2003년 북한 당국은 ‘신정을 구정으로 대체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으며 양력설에 진행하던 국가적 행사를 음력설에 맞춰 재편성했으나 주민들은 지금도 양력 1월 1일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오랫동안 양력설을 설날로 쇠 왔기 때문입니다.

조 씨는 세밑마다 “설음식을 만드는 어머니를 도와 잔심부름을 하고, 설빔을 손질했으며 한 해 동안 윷놀이 판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새로운 윷을 준비하는 일이 내 몫이었다”고 추억합니다.

윷은 줄당콩으로 만듭니다. 북쪽 지방의 강낭콩을 줄당콩이라고 하는데, 한국의 강낭콩보다 알이 크고 굵으며 큰 것은 어른의 엄지발가락만한 것도 있다고 합니다. 잘 영근 줄당콩은 윷으로 쓰기에 그만이라네요. 줄당콩을 반으로 가르면 윷이 됩니다. 윷놀이 판에 줄당콩윷을 던지는 방식으로 놀이가 이뤄집니다.

설날 음식은 떡국이 아니라 만둣국입니다. 만두는 돼지고기와 시래기, 두부를 잘게 썰어 함께 볶아낸 소를 넣은 것으로 어른 주먹보다 조금 작게 빚습니다.

그렇다면 최고의 새해 선물이라는 북한 달력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설, 추석 이외의 명절로는 어떤 날이 있을까요. 유튜브 동영상에서 확인해 보십시오. 언박싱평양 10화 ‘북한의 설날과 달력’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