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살인범 고유정(37·여)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20일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고씨에 대한 11차 공판에서 검찰은 고유정에게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고유정 사건 공판을 담당했던 제주지검 이환우 검사는 이날 진행된 결심에서 고유정이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증거가 뚜렷하고,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점을 근거로 사형을 구형했다.
또 “이 사건은 고유정의 극단적 인명경시에 기인한 계획적 살인이 명백하다”면서 “반성과 사죄도 없었다. 비록 사형선고는 예외적이고 신중하더라도 피고인 고유정에 대해서 일부라도 감경하는 것은 안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고유정에게는 어떠한 관행도 선처도 없어야 한다.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정의가 살아있다고 선언해 달라”고 재판부의 사형 선고를 거듭 요청했다.
고유정 측은 변론 준비 미비를 이유로 재판부에 기일 연기를 신청했다.
변호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요청한 사실조회 문서가 도달되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변론을 하게 되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방해가 된다”고 항변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고유정에 대한 사형을 재판부에 요청하는 최종의견을 낸 이후에도 기일 변경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았다.
변호인은 “최종변론을 하지 않으면 피고인의 방어권과 변론권이 침해될 수 있다”며 “국과수 회신 이후 결심을 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결국 변호인의 의견을 수용했다. 약 10분간 휴정한 후 다시 자리에 앉은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최대한 방어권의 기회를 주지 않을 수가 없는 점을 검찰 측이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다음달 10일로 기일을 연기했다.
고유정은 지난해 5월25일 오후 8시10분에서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강모(사망당시 36세)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후 바다와 쓰레기 처리시설 등에 버린 혐의(살인 및 사체손괴·은닉)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유정은 줄곳 혐의를 부인해왔다. 전 남편에 대한 살인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계획적 살인’이 아닌 ‘우발적 살인’임을 강조했다.
그는 변호인의 입을 빌려 ‘자신의 사건에는 안타까운 진실이 숨겨져 있다’며 살인이 전 남편의 성적인 접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법조인들은 이 같은 주장이 고씨가 형량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살인죄의 경우 통상 ‘잔혹한 수법’이나 ‘계획살인’, 사체손괴‘ 등 가중 사유가 없으면 ’무기형‘ 이상이 선고되기 어렵다.
전 남편의 시신을 완벽에 가까운 방법으로 처리한 고씨가 무기형 이하의 형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안타까운 사연을 통한 ’우발적 살인‘ 주장 외에 기댈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고씨는 형량은 의붓아들 살인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인정 여부에 달렸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전 남편 살인 사건을 담당한 강문혁 변호인은 공판 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고씨에 대한 형량 결정은 의붓아들 사건이 키를 쥐고 있는 셈이다”며 “촘촘한 검찰 측 증거를 봤을 때 유죄로 인정될 확률이 커 고씨에게 사형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만일 고유정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으면 가석방 가능성은 열려 있다. 무기징역은 규정상 형기를 20년 이상 채우면 가석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실무상으로도 형기가 25년 이상 지나면 가석방이 이뤄지고 있다.
이날 검찰의 사형 구형 후 방청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나왔다. 피해자 유족은 큰 소리로 탄식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고유정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 달 10일 열릴 예정이다.
[제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