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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산은 ‘쌍용차는 한국GM과 다르다’ 지원요청에 회의적

입력 | 2020-01-21 03:00:00

마힌드라 “쌍용 정상화 5000억 필요”… 직접투자 2300억, 2700억 요청한듯
한국GM 2년전 공장 폐쇄하며 압박, 산은서 8100억 대규모 지원 받아내
“정부, 총선 앞두고 일자리 문제 부담… 결국 추가지원 나설 것” 관측도




쌍용자동차 최대 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한국을 찾아 사실상 정부의 자금 지원을 요구하면서 정부와 KDB산업은행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년 전 산은이 한국GM에 대규모 자금 지원을 해준 전례가 있는 만큼 쌍용차도 같은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산은 안팎에서는 ‘쌍용차와 한국GM은 다르다’며 추가 지원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일자리 문제가 걸려 있어 정부와 산은이 결국 추가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20일 업계와 산은 등에 따르면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16, 17일 방한해 이동걸 산은 회장, 이목희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을 만났다. 고엔카 사장은 직원 간담회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3년간 약 5000억 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직접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은 2300억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약 2700억 원은 산은 등에 직간접적인 지원을 요청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선은 발등의 불인 대출 연장부터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산은은 쌍용차가 보유한 토지와 공장 설비 등을 담보로 1900억 원을 대출해줬다. 쌍용차는 KB국민은행, 우리은행으로부터도 지난해 각각 100억 원, 400억 원을 대출받았다. 당장 급한 건 올해 7월 만기가 돌아오는 산은의 대출금 900억 원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출 연장 여부는 쌍용차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와 함께 검토해봐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요구액이 나온 건 아니다”고 전했다.

한국을 찾아 정부 관계자를 만난 마힌드라의 행보는 2년 전 한국GM의 전략을 흉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GM은 2018년 2월 전북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그 결과 GM 본사가 대출 및 출자전환을 포함해 64억 달러를 지원한다는 조건 아래 산은은 한국GM에 7억5000만 달러(약 8100억 원)를 신규 지원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는 쌍용차의 경영 악화로 일자리 감소 문제가 불거지는 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하지만 산은이 한국GM에 지원했을 때 ‘혈세를 퍼줬다’는 비판을 받은 만큼 쌍용차에 대한 대규모 지원은 부담스러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산은이 한국GM의 2대 주주였던 것과 달리 쌍용차의 지분은 보유하지 않아 경영상 책임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산은이 쌍용차에 내준 대출 역시 다른 시중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담보대출이어서 최악의 경우 담보를 처분할 수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 역시 회사의 유일한 국내 완성차 공장인 경기 평택공장을 폐쇄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한국GM의 경우 본사의 글로벌 경영 전략에 따라 군산공장 폐쇄를 비교적 쉽게 결정했지만 평택공장은 마힌드라그룹 내에서도 위상이 높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한국GM 때처럼 사태가 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gun@donga.com·김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