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응급의료’의 상징으로 불리는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권역외상센터를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이 교수는 어제 보도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달 센터장직을 내려놓겠다. 앞으로 센터 운영에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가 중증외상환자 치료와 권역외상센터 체계화에 미친 영향과 상징성을 감안할 때 그 파장은 간단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교수가 사임 결심을 한 배경에는 최근 유희석 아주대의료원장 욕설 파문에서 드러났듯 병원 고위층과의 갈등, 그리고 개선되지 않는 응급의료 시스템에 대한 절망이 있다. 이 교수는 병원 측과 정부를 향해 기회 있을 때마다 외상센터 인력 부족과 병상 부족, 닥터헬기 운용과 예산 지원의 문제점을 주장해왔다. 특히 병원 측과는 병상 배정 문제로 갈등이 컸고, 센터장으로서 인력 증원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동료 의료진을 위험하고 힘든 업무로 내몬다는 자책감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보다 근본에는 외상센터의 고질적인 적자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외상센터들은 환자 1인당 평균 145만여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병상 확충이나 전담 전문의 충원 등에 매년 수십억 원을 지원한다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의료계에서는 애초에 ‘사람은 살리지만 돈은 안 되는’ 권역외상센터를 수익성을 중시하는 민간병원에 맡긴 것이 무리였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차제에 응급의료를 민간이 아닌 공공의료 영역으로 가져오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