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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봉투속에 비닐-플라스틱 꽉꽉… “쓰레기 30%가 포장재”

입력 | 2020-01-21 03:00:00

[더 나은 100년을 준비합니다 / 이제는 Green Action!]
<1> 생활쓰레기 10% 줄이자




플라스틱 김치통, 떡볶이가 남아 있는 일회용기, 맥주 캔, 비닐봉투….

20일 서울의 한 자원회수시설에 들어온 종량제 봉투 속에서 꺼낸 물품들이다. 종량제 봉투에 넣지 말아야 할 물건을 골라보자 금세 수북하게 쌓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따로 배출해야 하는 음식물 찌꺼기와 재활용 물품만 걸러내도 종량제 봉투 속 쓰레기가 20∼30%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부터 서울 경기 인천에서는 ‘수도권매립지 반입총량제’가 시작됐다. 수도권매립지 안에서 쓰레기 묻을 공간이 예상보다 빨리 줄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하는 생활폐기물을 2018년 대비 10%(약 7만 t) 줄여야 한다.


○ 늘어나는 쓰레기, 갈 곳이 없다

당초 수도권매립지 사용 연한은 2025년 8월로 전망됐다. 그러나 수도권매립지로 쏟아져 들어오는 생활쓰레기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반입량은 2015년 46만5000t에서 2018년 70만6000t으로 52% 늘었다. 이대로라면 사용 연한이 9개월 정도 앞당겨진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은 고심 끝에 반입량을 10%씩 절감하는 고육지책을 내놨다. 이를 못 지키면 2021년부터 해당 시군구는 초과한 만큼 반입 수수료를 두 배 이상 물어야 한다. 또 5일간 생활쓰레기 반입이 금지돼 쓰레기 대란을 겪을 수 있다.

당장 집에서 배출하는 쓰레기를 10% 줄여야 한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서울 경기 인천은 분리수거 요령을 적극 홍보한다는 방침만 세웠다. 종량제 봉투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도 못 했다.

처리시설 증설은 감감무소식이다. 최근 5년간 수도권에 신설된 폐기물 처리시설은 경기 하남시의 유니온파크뿐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자원회수시설을 추가로 설치하기 위해 두 차례 공모했지만 신청한 자치구는 한 곳도 없었다. 인천시도 주민 반대에 부딪혀 기존 소각시설 증설을 잠정 중단했다. 쓰레기 대란은 수도권만의 일이 아니다. 2023년이면 전국 폐기물 매립시설 3분의 1의 사용 기간이 만료된다. 소각시설도 10년 새 60%가 줄었다.

2018년부터 중국과 동남아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금지하면서 해외로 보낼 길도 막혔다.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폐기물 6500t은 현지 환경단체의 거센 반발을 샀다. 결국 정부가 지난해 1400t을 들여왔고 나머지 5100t도 이달 중순부터 반송이 재개됐다.

결국 시민들이 손을 놓고 있으면 언젠가 내 집 앞에 쓰레기가 넘쳐날 수도 있다. 쓰레기를 줄이려면 비닐 재활용과 포장폐기물 문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수거업계 관계자들은 “2018년 수도권 일부 수거업체의 비닐 수거 거부 사태 이후 재활용이 가능한 비닐·스티로폼 계열인 발포스티렌 등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배출하는 경향이 늘었다”고 지적한다.

환경 당국은 생활폐기물 중 일명 ‘뽁뽁이’와 같은 완충재, 플라스틱 테이프, 포장 용기 등 각종 포장폐기물이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본다. 1인 가구 증가와 소비 패턴 변화로 포장폐기물의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 앱을 통한 배달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3년 3347억 원에서 2018년 3조 원으로 커졌다. 국내 택배 물량 역시 같은 기간 15억931만 개에서 25억4278만 개로 매년 약 10%씩 늘고 있다.


○ ‘줄이기’가 시작이다

“처리시설이 없으면 집에서 나온 쓰레기를 어디로 가져가겠어요?”

이남훈 안양대 환경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처리시설들이 한두 해 걸려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매립지 하나 짓는 데 최소 7, 8년이 걸린다”며 “수도권은 이미 매립지 확보 타이밍을 놓친 셈이며, 전국 어디도 폐기물 처리 안심 지역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쓰레기 대란을 막으려면 처리시설 확보와 동시에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발생한 폐기물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쓰레기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일회용품이나 짧게 소비하고 버리는 저가 제품을 쓰는 사회 구조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저가 의류를 사서 한 철 입고 버리는 ‘패스트패션’ 문화는 환경오염을 가속화하고 있다.

저탄소자원순환연구소장인 박상우 충남도립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상품을 생산할 때부터 재활용을 감안해 만들고, 재활용된 상품이 제대로 유통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된다면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원료를 추출해 제품을 만드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전체 온실가스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재활용이 잘되는 순환경제를 이루는 것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핵심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폐기물과 기후변화, 해양오염, 생태계 변화 등 환경 문제는 먹이사슬처럼 모두 연결돼 있다. 박 교수는 “적게 만들고, 한 번 만들어진 것을 오래 쓰고 다시 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실천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문제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강은지 kej09@donga.com·사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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