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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총선은 결국 文정권 심판으로 간다[오늘과 내일/정연욱]

입력 | 2020-01-21 03:00:00

靑, 전면에서 인물·메시지·정책 발신
정책성과 평가에 4·15 표심 갈릴 것




정연욱 논설위원

“맛있는 저녁을 줬으니까 밥값을 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당 원내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범여권 ‘4+1’ 협의체를 통해 선거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등을 처리한 것을 치하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화답한 것이다. ‘밥값’ 발언은 자축 행사의 분위기 조성용이겠지만 굳어져 가는 수직적 당청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느낌이 든다.

해가 바뀌면서 청와대의 독주는 거침이 없어졌다. 문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리 의혹으로 물러난 조국에 대해 “마음의 빚”이라고 감싸면서도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윤석열 검찰을 겨냥해 ‘초법적’이라는 비난 발언을 네 차례나 했다. 여권 전체에 피아(彼我) 구분을 명확히 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4·15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청와대 출신들이 벌써 70여 명이나 된다. 이 규모는 이전 정권에 비해 3, 4배가 넘는다고 한다. 공정 경선 관리가 급한 여당 지도부도 우려를 표명할 정도다. 하지만 한번 터진 물꼬는 쉽게 막을 수 없을 듯하다. 청와대 출신이 국회에 대거 진입할수록 청와대는 후반기 국정누수 방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청와대가 급하게 주워 담기는 했지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의 ‘부동산 매매 허가제’ 언급이 단순한 실언(失言)이라고 믿는 순진한 국민은 거의 없다. 문 대통령이 선언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앞두고 여론을 떠보려는 예고편이기 때문이다. 장하성 전 대통령정책실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다른 경제정책이 성공해도 부동산 실패하면 모두 꽝”이라고 했듯이 청와대는 부동산대책에 정권의 명운을 건 분위기다.

일련의 이런 흐름은 청와대가 총선의 전면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다. 집권 4년 차에 자신들의 정책과 인물, 메시지로 심판받겠다는 것이다. 여당이 선거를 주도한다고 해도 조연일 뿐이고, 청와대가 실질적인 주연인 셈이다.

임기 반환점을 지난 집권세력은 야당의 정권 심판 공세를 피하기 위해 미래권력을 여당에 전진 배치했다. 김영삼(YS) 정부 4년 차였던 1996년 15대 총선에서 YS는 껄끄러웠던 이회창, 박찬종을 전격 영입했고, 이명박 정부 5년 차인 2012년 19대 총선에서 여당이 ‘박근혜 비대위’로 전면 쇄신을 단행한 것이 대표적이었다. 미래권력이 심판의 예봉을 꺾는 효과를 발휘해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이런 정치문법을 거부하고 정면승부로 나선 것이다.

여권은 강고한 친문 지지층 결집에 승부를 거는 듯하다. 아직도 40% 선에서 버텨주고 있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강점이다. 하지만 여론조사 수치의 착시(錯視) 효과는 주의해야 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금 여론조사에서 친문 지지층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이 반영되는 실상을 인정한다. 야당 지지자들은 여론조사 응답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이런 추세를 보여 왔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이후 이명박 청와대는 여당 지지율이 야당을 압도한 결과를 믿었다가 3개월 뒤 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여권도 여론조사에 잘 포착되지 않는 민심의 저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다.

친문 지지층이 결집할수록 반대층 결집을 촉발하게 된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생기는 역설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들이 맞붙을 전선은 결국 문재인 정권, 주요 정책에 대한 평가다. 총선 승패를 가를 변수는 다양하지만 이 심판의 강을 건너지 않을 순 없다. 더욱이 문재인 청와대가 전면에 나선 이상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