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검찰 갈등]A4 13쪽 ‘조국 공소장’ 살펴보니
2017년 11월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55)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이렇게 말하며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6·수감 중)의 감찰 중단을 지시했다.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직권남용)로 17일 불구속 기소된 조 전 장관의 A4용지 13쪽 분량의 공소장이 20일 국회를 통해 공개됐다.
조 전 장관의 기소 여부를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의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주 회의가 열렸는데, 심 검사장은 유일하게 기소를 반대했다. 하지만 공소장에는 이른바 친문(親文) 인사들이 참여정부 때 청와대 근무 이력이 있는 유 전 부시장을 위해 전방위 구명 로비를 벌인 과정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친문 인사들은 유 전 부시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구명 활동에 나섰다. 김 지사는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수차례 연락해 유 전 부시장의 선처를 부탁하는 한편, 백 전 비서관으로부터 감찰 진행 상황을 듣고 이를 유 전 부시장에게 전달했다. 윤 전 실장도 백 전 비서관에게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한 사람으로 나와도 가까운 관계”라고 했다. 천 행정관은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참여정부에서도 근무한 유 전 부시장을 왜 감찰하느냐”고 따졌다.
이는 지난해 12월 “피아(彼我)를 구분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다”던 청와대의 해명과도 다르다. 당시 청와대는 “윤 전 실장은 그런(유 전 부시장 구명) 부탁을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공소장에는 윤 전 실장의 발언이 그대로 적혀 있다. 청와대는 당시 “(유 전 부시장 등이) 금융위원회 고위급 인사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공소장엔 박 전 비서관이 조 전 장관에게 “(유 전 부시장이) 청와대 근무자들과 금융위 고위직 인사에 관한 의견 등을 주고받는 메시지가 다수 발견됐다고 보고했다”고 적시됐다.
공소장에는 백 전 비서관이 박 전 비서관에게 수차례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구명을 요청한 정황이 담겼다. 먼저 백 전 비서관이 직접 “유 전 부시장 봐주는 건 어떻겠느냐”고 하자 박 전 비서관은 이를 1차로 거절했다. 다시 백 전 비서관이 “유 전 부시장의 사표만 받고 처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설득하자 재차 거절했다. 결국 박 전 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 비위 혐의와 수사의뢰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담긴 감찰보고서를 조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백 전 비서관은 직접 조 전 장관을 통해 유 전 부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참여정부 인사들이 유 전 부시장이 자신들과 가깝고 과거 참여정부 당시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이니 봐달라고 한다”고 했다고 조사됐다. 검찰은 백, 박 전 비서관을 조 전 장관의 공범으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소장이 검찰 내부에서도 공개되면서 심 검사장이 조 전 장관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하게 무혐의 의견을 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난해 조 전 장관의 법무부가 상급자를 상대로 이의제기를 한 검사에게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도록 개혁방안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특히 심 검사장이 자유한국당 등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진정 형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형사 고발 사건은 수사 개시를 통해 기소나 불기소 등으로 결론을 내려야 한다. 반면 진정 사건은 내사 앞 단계로 혐의의 결론을 종결짓지 않고 수사보고서로 끝낼 수 있다.
김정훈 hun@donga.com·배석준·이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