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적 권력의 근원은 바로 인사권… 검찰-공무원, 靑눈치 볼 수밖에 총리와 내각에 실질적 권한 넘겨야 권한남용-로비 막고 제 역할 가능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
역대 대통령들은 본인 또는 친인척 비리로 모두 곤욕을 치렀다.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대통령의 권한이 너무 막강해서 각종 이권과 인사 청탁 등 로비가 청와대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청와대의 각 부처에 대한 영향력은 막대하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무소불위 권한을 제한해야 한다. 그동안 유력한 대안으로 내각책임제와 이원집정부제가 제시되었다. 내각책임제는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커 아직 국민적 지지도가 낮고 이원집정부제는 내치, 외치 구분이 현실적으로 확실하지 않고 국민이 선출하지 않는 국무총리가 큰 권한을 갖는 것이 정당한 것인지 등 논란이 많다. 또한 둘 다 개헌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과제다.
개헌을 안 하고도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각종 조직에서 조직원들이 기관장의 눈치를 보는 것은 인사권 때문이다. 청와대의 힘도 근본적으로는 인사권에서 나온다. 현재 청와대는 장차관은 물론이고 각 부처의 국장급 이상 간부의 승진, 전보와 공기업 임원 이상 간부, 정부 산하 기관 임원 인사 등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제한되어야 한다. 즉, 대통령이 국정 수행에 필요한 핵심 보직만 직접 임명하고 기타 인사는 국무총리와 각 부 장관에게 맡겨야 한다. 각 부처 장관, 차관, 검찰총장, 국세청장 등 차관급 이상 청장과 중요 정부 산하 기관장,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등 중요 공기업 사장, 기타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필요한 보직은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 그러나 각 부처의 1급 이하 공무원의 승진, 전보 등 인사와 각 부처 산하 공공 기관의 인사, 감독 권한은 국무총리와 각 부 장관에게 맡겨야 한다. 청와대가 각 부처 공무원들의 능력을 장관보다 잘 알 리 없다. 각 부처의 국장 등 간부는 장관이 각자 능력을 잘 알기 때문에 적재적소의 인사를 할 수 있고 장관이 책임행정을 할 수 있다. 최근 검사장 인사도 청와대가 주도적으로 했다고 한다. 검찰총장이 자기 부하 직원의 인사에 대해 대통령비서관에게 물어보아야 하는 것이 합당한가? 검사들이 청와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공정한 수사,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가능한가?
국가 공무원의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은 법적 임명권자가 대통령이라는 것이지 대통령이 모든 인사를 하라는 것은 아니다. 인사혁신을 실효성 있게 하려면 제도 개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첫째, 대통령이 직접 임명할 보직과 국무총리나 장관이 임명할 보직을 법률로 정한다. 국무총리나 장관이 임명할 보직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청와대 사전 보고나 승인을 받지 않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직권 남용으로 처벌하도록 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보고나 승인을 요구할 경우 구체적 사유를 적시해 서면으로 요구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청와대의 인사검증 담당 비서실을 폐지해야 한다. 현재 인사 대상자의 비위 사실 점검이라는 명분으로 청와대가 인사에 개입하는데 이 기능이 청와대에 있는 한 청와대의 권력 남용은 지속될 것이다. 이 기능은 국무총리실로 이관해야 한다. 공직자의 비위 사실 점검도 사전에 아무 통보가 없다가 인사 당시 ‘이 사람은 음주 등 문제가 있으니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사전에 ‘이 사람은 이런 문제가 있으므로 승진은 안 된다’고 미리 통보해 주어야 할 것이다.
청와대가 각 부처 국·실장 인사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국정운영 효율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대통령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던 비서관들의 권력 남용과 청와대 로비도 대폭 줄어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도 크게 감소할 것이다. 반면 각 부처 장관들은 소신껏 책임 행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종찬 객원논설위원·전 건설교통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