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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개별 관광’ 카드… 北-美 관계 ‘조커’ 될까[광화문에서/황인찬]

입력 | 2020-01-21 03:00:00


황인찬 정치부 차장

‘온천으로 유명한 양덕의 산간벽지가 세계적인 온천문화휴양지로 전변되었다. 어서 오시라, 꽃피는 인민의 행복을 노래하는 사회주의 별천지 양덕온천문화휴양지에로!’

9일 북한 평양신문엔 이런 광고가 실렸다. 최근 문을 연 평안남도 양덕군 양덕온천지구를 선전한 것이었다. 며칠 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하얗게 수증기가 피어오르는 이곳의 온천물에 계란을 삶는 사진도 공개했다.

북한의 관광 비즈니스는 ‘정면돌파전’ 일환이다. 대북 제재에 적용되지 않는 관광 활성화를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겠다는 것이다. 사실 김정은은 오래전부터 관광에 무게를 뒀다. 2014년 평양관광대학을 설립했다. 각 사범대학엔 관광학부를 설치했고 이듬해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를 착공했다. 스위스에서 유학한 경험 때문에 일찌감치 관광 분야에 관심을 돌렸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까닭에 북한의 산간벽지 곳곳에는 대규모 리조트가 완공됐거나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광 스텝’은 꼬여버렸다. 지난해 하노이 협상이 결렬되면서 대규모 해외 투자를 통한 관광산업 육성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물론 지금도 적지 않은 중국인들이 관광을 위해 북한을 찾는다. 하지만 북-중 접경 지역을 통한 한나절 투어가 상당수다. 정작 ‘큰손’인 중국 상류층은 북한을 외면하고 있다. 쇼핑과 카지노 등 관광 인프라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서양 관광객은 통계조차 잡히기 어려운 소수다. 그마저도 호기심이 강한 젊은층이다. 쉽게 말해 ‘돈 되는’ 관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대북 소식통은 “대표적 관광지인 백두산과 금강산은 우리에게는 매력적인 관광지일지 몰라도 중국인이나 서양인은 크게 관심이 없는 곳”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리조트가 속속 늘어나자 ‘그 많은 객실을 어떻게 채우나’ 하는 게 북한의 요즘 고민이라고 한다. 전기와 난방 등 리조트 유지 관리엔 많은 돈이 들어가는 만큼 방을 비워둘수록 손해가 쌓인다. 이런 까닭에선지 지난해 말 김 위원장은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에 역정을 내면서도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요즘 개별 관광 카드를 꺼내 들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점을 파고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사실 미국이 지금 딱히 북한에 줄 수 있는 게 없다. ‘새로운 전략무기’를 예고한 북한을 당장 관리해야 하는데 탄핵에 대선 국면이 겹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언가를 직접 내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 이 때문에 정부는 기존 제재의 틀은 유지한다는 논리로 미국을 설득할 경우 개별 관광에 대해 한미가 공감대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관광 허용에 대해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한국의 대북 관광 허용은 상징성이 커 국제사회 제재 공조의 틀 자체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 또 신변 안전과 관련한 북한의 확답이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서두르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개별 관광과 관련한 철저한 준비와 함께 폭넓은 국내외 여론 수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
 
황인찬 정치부 차장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