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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소통 없고 정보 부족… 1020 “야구 재미없어요”

입력 | 2020-01-21 03:00:00

[위기의 프로야구, 바꿔야 산다]
<4> 폐쇄성으로 ‘올드 스포츠’ 된 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류현진(토론토)이 LA 다저스 시절 라커룸에서 방송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경기 전후 라커룸에서 선수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듣는 것은 메이저리그에서는 일반화된 풍경이다. 풍성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한국 야구에도 ‘메이저리그식’ 라커룸 취재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튜브 영상 캡처

‘57세.’

미국 스포츠비즈니스저널이 조사한 메이저리그(MLB) 시청자의 평균 연령이다. 한때 젊은층에게 사랑받던 ‘힙한’ 스포츠였던 야구는 어느새 ‘올드’한 스포츠가 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13년부터 매년 3월 한국갤럽이 발표하는 설문조사 결과에서 프로야구에 대한 20대 관심도는 2013년 44%에서 2019년 30%로 급감했다. 프로야구의 위기는 젊은층의 외면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면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재미를 추구하기에 한국 야구는 너무 폐쇄적이다.

○ 라커룸 문부터 열어야

팬들은 야구 경기뿐 아니라 선수들의 스토리에 흥미를 느낀다. 하지만 KBO리그의 취재 환경은 프로야구 출범 당시보다 오히려 퇴보했다.

경기 전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기자들을 만난다. 훈련 중인 선수들은 오가며 한두 마디씩을 던진다. 감독 중심으로 모든 게 돌아가는 현재의 취재 환경에서는 비슷한 내용의 기사가 양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메이저리그 기사들은 상당히 다채롭다. MLB는 안방 팀이 경기 시작 4시간 전, 방문 팀은 3시간 전에 라커룸을 20분 정도 개방해 취재를 허용한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라커룸에서 다양한 취재가 가능하다. 다만, 정해진 시간과 공간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KBO리그에서도 1990년대 중반까지는 라커룸을 개방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선수들이 ‘프라이버시’를 내세워 문을 닫아걸었다. 한 야구 관계자는 “항상 메이저리그를 본받자고 하면서도 이럴 때는 한국식으로 하자고 한다”고 꼬집었다. 라커룸 개방은 10개 구단 홍보팀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최종 선택은 선수들이 해야 한다.

○ 구단 이기주의에 막힌 통합마케팅

야구의 폐쇄성은 구단들 사이에서도 만연하다. 정운찬 KBO 총재는 신년사에서 “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프로야구 통합 마케팅과 KBO닷컴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MLB닷컴’을 벤치마킹하는 ‘KBO닷컴’은 10년 가까이 논의 중이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MLB닷컴을 통해 팬들은 30구단 전 경기 티켓과 유니폼, 굿즈 등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 통합마케팅은 실현되기만 하면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지만 구단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빅 마켓’으로 불리는 인기 구단들은 지금처럼 각자 마케팅을 고수하려 한다. 비인기 구단과의 매출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지방 A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스몰마켓’ 입장에서 KBO닷컴은 기회다. 10구단 마케팅 관계자 회의에서 찬성하는 3, 4구단만이라도 통합해 보자고 건의했으나 실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기 구단 중 하나인 B구단 관계자는 “대승적 차원에서 통합 마케팅에 합류할 생각이 있다. 하지만 먼저 KBO에서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젊은 팬 잡아야 야구가 산다

MLB는 지난해 7월부터 매주 한 경기씩 유튜브 무료 생중계를 시작했다. 돈을 받고 중계권을 파는 MLB로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이는 젊은층에 인기 있는 미국프로농구(NBA)의 유튜브 마케팅 성공 사례를 의식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구독자 1280만 명을 보유한 NBA 유튜브 채널은 매일 경기가 끝난 뒤 ‘최고의 플레이 톱10’을 편집해 업로드한다. 같은 플레이라도 TV중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올려 TV콘텐츠와는 차별화를 시도한다.

국내에서는 두산의 ‘베어스포티비’(구독자 13만 명), 롯데의 ‘자이언츠TV’(구독자 7만 명) 등 구단마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성장세는 더딘 편이다. 구단이 각자 운영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는 별개로 KBO리그 차원의 뉴 미디어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도권 C구단 관계자는 “요즘 젊은층은 TV보다는 포털이나 SNS 등 뉴 미디어를 더 자주 사용한다. MLB가 만드는 SNS 콘텐츠를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 역시 KBO와 구단들이 함께 풀어야 하는 숙제다.

조응형 yesbro@donga.com·이헌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