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미국영화배우조합(SAG)이 수여하는 작품상 격인 영화 부문 캐스팅상을 받았다. 트로피를 든 ‘기생충’의 배우들과 봉준호 감독(왼쪽에서 세 번째). 로스앤젤레스=AFP 뉴스1
SAG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19일 열린 시상식에서 영화 부문 캐스팅상 후보인 △기생충 △밤셸 △아이리시맨 △조조래빗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5편 가운데 ‘기생충’을 수상작으로 발표했다. 영화에 출연한 주·조연 배우가 전체 수상 대상자로, ‘기생충’의 주연배우 송강호를 비롯해 최우식 박소담 이선균 이정은 등이 무대에 올라 함께 트로피를 안았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만든 영화가 이 부문 후보로 오른 것은 1999년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이후 처음이다. 영화에서 ‘기우’ 역을 맡은 최우식은 수상 후 외신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영어로 “해외에는 정말 많은 전설적인 영화들이 있다. 이 순간 이후 우리는 더 많은 외국어 영화, 아시아 영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AG는 미국 내 영화배우와 성우, 스턴트맨 등 약 16만 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미국에서 가장 큰 배우조합으로 오스카를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매년 가장 주의 깊게 지켜보는 단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앞서 열리는 SAG 시상식이 아카데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아카데미는 전체 회원의 약 15%가 배우로 구성돼 있고, 이들은 곧 SAG의 회원이기도 하다. 특히 배우들은 아카데미 회원을 구성하는 여러 직군 가운데 자막을 읽어야 하는 외국어 영화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가장 심한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17일 미국영화편집자협회(ACE)에서 수여하는 장편영화 드라마 부문 편집상을 받았다. ‘기생충’의 양진모 편집감독은 ‘포드v페라리’ ‘조커’ ‘아이리시맨’ ‘결혼이야기’를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기생충’은 아카데미 편집상 후보에도 올라 있다. 18일 열린 전미제작자조합(PGA) 시상식의 작품상은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에 내줬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