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졸음 개선하는 ‘GHB’ 맛-냄새 없어 범죄에 쓸 수도… 허용량 초과시 환각 등 부작용 필로폰, 한때 피로회복제로 판매… 다량 투여시 의약품이 마약으로
마약은 손을 대는 순간 바로 중독이 시작된다. 치료하려면 먼저 자신이 중독자임을 인정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동기를 가져야 한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제공
‘마약 아이스크림’, ‘마약 커피’, ‘마약 침구’, ‘마약 크림’ 등 중독성이 생길 만큼 좋은 제품임을 내세울 때 흔히 ‘마약’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그러나 마약은 쉽고 가볍게 쓸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마약류는 크게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를 가리킨다. 통상 한 번 경험했을 뿐인데도 중독성이 높은 물질을 마약류로 규정한다. 마악류는 우리 뇌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화학물질인 도파민을 인위적으로 배출시켜 강한 자극과 쾌감을 느끼게 한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한규희 정신건강의학과장은 “마약으로 인한 쾌락은 일시적이지만 뇌를 강하게 자극해 한 번의 경험도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요즘은 국내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만큼 마약의 위험성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마약 중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히로뽕(필로폰). 한때 일본에서는 피로해소를 돕는 자양 강장제로 판매된 적도 있다. 필로폰은 정맥주사로 투여해 중독성이 크다. 행복감, 자신감, 공격성을 높이며, 다량 투여 시 환각, 반복적 강박행위, 망상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 금단증상으로는 불안감, 과민성, 두통, 혼란, 자살충동 등이 동반된다.
감기 완화와 식욕감퇴 목적으로 독일 제약사에서 개발한 엑스터시는 ‘파티용 알약’으로 불린다. 안정감과 행복감을 주지만 다량 투여 시 정신착란, 우울증, 불안감, 불면증, 편집증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 심장 박동수 증가, 고혈압, 구역질 등도 발생할 수 있다.
버닝썬 사태 때 등장한 이른바 물뽕(GHB)은 심한 졸음이 주 증상인 기면증 치료에 사용된다. 그러나 색이나 맛, 냄새가 없는 액체특 성상 몰래 투약하기 쉬워 범죄 목적의 오남용 위험이 높다. 허용량을 조금만 넘겨도 호흡부전, 기억장애, 환각, 어지러움, 착란, 경련 등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한다.
안과나 이비인후과에서 주사 마취제로 사용하는 코카인은 분말 형태로 쓴맛이 나며, 혀를 강하게 마비시킨다. 복용, 주사, 비강 흡입으로 투약하는데 현기증, 구토, 혼수, 정신착란, 환청, 환각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특히 벌레가 몸에 기어 다니는 것 같은 환각을 일으켜 온몸을 상처투성이로 만들기 쉽다. 호흡곤란으로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합법화 논란을 일으킨 대마초는 다른 마약류보다 중독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대마는 엄연한 마약류다. ‘마리화나’라고도 불리는 대마초는 대마 잎이나 꽃을 말려 담배처럼 말아 피우는데 흡입 이후 몸이 뜨는 느낌을 주며, 자신의 몸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게 된다. 장기간 흡입하면 단기 기억력이 짧아지고, 운동감각이 떨어진다. 난자가 생산되지 않거나 미성숙한 난자를 생산할 수 있고 임신 중 대마초 흡연은 미숙아 출산 위험을 높인다.
마약이 무서운 이유는 강한 중독성 때문이다. 마약의 늪에서 벗어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중독 치료가 그렇듯 약물이나 수술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결국 마약 중독 치료의 핵심은 환자 본인에게 있다. 자신이 중독자임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와 동기를 가져야 한다. 이와 함께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중독 치료 센터를 꾸준히 방문해야 한다. 평소 생활에서 마약을 접하기 힘든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금단현상으로 기분장애나 불면, 불안이 심할 때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규희 과장은 “마약으로 직장, 가족 등 사회적 관계로부터 단절이 되면 마약에 대한 의존성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쉽다”며 “기분장애, 불면, 불안 등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마약 중독 환자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끈기 있는 노력이 필수다. 중독에서 벗어났더라도 지속적으로 정신건강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