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에서 2번째)이 지난 2일 오후 충남 공주시의 화학 소재 전문기업 솔브레인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20.1.2/뉴스1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조치가 한국 소재·부품기업들의 ‘탈(脫)일본’ 움직임을 부추기면서 결과적으로 일본 경제에 불리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본 내에서 제기됐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의 정치경제평론가 고가 시게아키(古賀茂明)는 21일 발매된 주간아사히 최신호(31일자)에 기고한 ‘아베(安倍) 정권이 얕본 한국의 탈일본 노선’이란 글에서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와 관련, “일본 기업이 절대적 우위에 있다는 일본 측의 확신은 착각이었던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을 상대로 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작년 7월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 쓰이는 핵심소재 3종의 대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고가는 “당초 일본 정부는 3개 품목 수출규제 강화로 위협하면 삼성 등이 궁지에 몰려 한국 정부가 ‘백기’를 들고 나올 걸로 예상했으나, 한국에선 민관이 함께 ‘탈일본’에 나섰다”며 한국의 ‘탈일본’화가 “경이적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일본발 수출규제 이후 한국의 화학소재업체 ‘솔브레인’은 에칭가스 국산화에 성공했다.
또 미국의 반도체장비제조업체 램리서치와 화학업체 듀폰은 각각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와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생산 공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일본 기업들 중에서도 석영 유리 세계시장 점유율 20%~30%의 도소(東ソ?)가 2021년 가동 목표로 한국에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고가는 “(일본의) 가장 큰 오산은 삼성의 ‘거대함’이었다. 일본 최대기업 토요타도 삼성의 시가총액엔 크게 못 미친다”면서 “해외 기업들도 (삼성과 거래해온) 일본 기업을 대신하기 위해 적극 공세를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가는 “삼성도 한국 정부도 한 번 경험한 ‘아베 리스크’를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측의 대응속도도 빨라져 일본이 불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가는 “징용 문제를 포함해 일본 측이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라며 “그러지 않으면 일본 경제는 세계 최강의 한일협업체제라는 큰 보물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신문도 이날 ‘일본 의존도 탈피에 한국이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는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의 ‘탈일본’ 움직임을 소개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아사히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수출규제가 자던 아이를 깨웠다”며 “이번 탈일본은 속도와 질 모두 이전과 다른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