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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發 ‘물갈이’에 일선은 잠잠…명분 준 ‘윤석열 사단’

입력 | 2020-01-21 14:19:00

윤석열 검찰총장이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News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또다시 ‘형사부 강화’를 내세우며 오는 23일 검찰 인사에서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했다.

검찰 안팎에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해 7월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특수통 검사들을 핵심 요직에 전면 배치한 게 ‘자충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추 장관의 두 번째 검찰 인사는 대외적으로 ‘형사·공판부 강화’로 요약된다. 법무부는 전날(20일) 검찰인사위원회 주요 심의 결과를 발표하며 차장·부장검사 등 중간간부(고검검사급) 인사는 “특정 부서 중심의 기존 인사 관행과 조직 내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인권보호 및 형사·공판 등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전념해온 검사들을 적극 우대하겠다”고 밝혔다. 평검사 인사에서도 “형사·공판부에서 묵묵히 기본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 검사를 주요 부서에 발탁하겠다”고 했다.

이는 지난 8일 단행한 고위간부(대검검사급) 인사에서 “검찰 본연의 업무인 인권보호 및 형사·공판 등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전념해온 검사들을 우대했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 총장의 취임 직후인 지난해 7월 법무부의 검찰 고위·중간간부 인사는 정반대였다. 당시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윤 총장과 함께 전(前) 정권을 겨냥한 적폐수사를 벌인 ‘윤석열 사단’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시작되기 전이다.

특히 전국 검찰청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뿐만 아니라 검찰개혁 과제를 수행하는 기획조정부장을 비롯해 형사부장, 공공수사부장, 과학수사부장, 인권부장 등 대부분 대검 참모진을 특수통 검사들로 채웠다. 당시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47·사버연수원 27기) 이원석 기획조정부장(51·27기), 조상준 형사부장(50·26기), 박찬호 공공수사부장(54·26기), 이두봉 과학수사부장(56·25기), 문홍성 인권부장(52·26기) 모두 검찰 내 최고 ‘칼잡이’가 모인다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이나 대검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 등을 한 번은 거친 특수통 검사들이다.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주요 요직인 서울중앙지검 1·2·3차장에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검사를 맡아 적폐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이 차지했다. 신자용 1차장(47·28기)과 신봉수 2차장(50·29기)와 송경호 3차장(50·29기)이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선 “윤 총장이 ‘적폐 수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과 함께 ‘윤석열 사단’에 들지 못했다는 이유로 주요 보직에 오르지 못한 인사 대상자들과 이를 지켜본 대부분 평검사들은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 현직 검사는 “윤석열 성골 라인은 피를 나누고 역경을 함께한 국정원 댓글 수사팀 12명, 진골라인은 윤 총장이 대검 중앙수사부 과장하셨을 때 연구관 등 기타 특수통 검사들”이라며 “이런 식으로 인사가 된 역사가 없을 것”이라고 자조했다.

내부적으론 윤 총장의 인사가 추 장관 ‘인사 태풍’의 시발점이자 검찰 스스로 드러내 놓고 인사에 반발하지 못하는 명분을 쥐여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검사는 “추 장관의 인사는 현 정권을 겨냥한 수사를 방해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면서도 “지난해 특정 라인이 핵심 요직을 독점한 인사를 본 검찰 구성원은 추 장관 인사에 문제를 제기할 이유가 없지 않나”고 되물었다.

윤 총장이 지난해 인사풀을 구성할 당시 직언(直言)하는 참모 한 명이 없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윤 총장의 ‘형님 리더십’은 내부를 똘똘 뭉치게 만들지만, 참모진이 총장의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내기 쉽지 않다”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