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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호르무즈 ‘독자 파병’…美·이란 ‘두 토끼’ 잡은 결정

입력 | 2020-01-21 16:50:00

정석환 국방정책실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호르무즈 해협 파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News1


정부가 소말리아 아덴만 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넓혀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연합체에 참가하지 않고 독자 파병 형식을 취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지속적인 요구 속 ‘동맹에 대한 기여’를 고려함과 함께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해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국방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 중동정세를 고려해 우리 국민 안전과 선박의 자유항행 보장을 위해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 아라비아만(페르시아만) 일대까지 확대되며, 한국군 지휘 하에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다만 청해부대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는 불참하고 독자 파견 형태로 작전을 수행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이번 결정 배경에 대해 “중동지역에는 약 2만5000명의 우리 교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 일대는 우리 원유 수송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우리 선박이 한해 900회 정도 통항하고 있어 유사시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으로 정부는 이란에 노골적으로 미국 편에 서서 활동한다는 인식을 주지 않고, 한국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할 수 있다. 또한 파병을 강력히 원하는 미국에는 저들의 요구에 호응했다는 명분도 쌓을 수 있어 한미 간 마찰음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미국은 지난해부터 줄곧 호르무즈 안정 기여를 위한 한국의 동참을 압박해왔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7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도 중동에서 많은 에너지 자원을 얻고 있다”며 “한국이 그곳에 병력을 보내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는 한동안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취했지만 이날부터 강감찬함과 임무를 교대해 아덴만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이 호르무즈 해협으로 임무지를 옮겨 파병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계속 이어져왔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지난 9일 비공개 기자 간담회에서 “청해부대 활동 (목적) 안에 ‘우리 국민의 안전 보호’도 들어있다”며 청해부대를 활용한 파병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독자 파병을 결정하며 미국의 요구를 어떤 형태로든 수용한 것이 됐다. 표면적으로는 ‘국민 안전 확보’의 당위성을 내세웠지만 정부의 속내에는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부측은 한미 간 현안과 이번 결정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방위비 문제뿐 아니라 최근 이슈가 된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사업에 대해서도 미국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또한 수출규제와 독도 문제 등으로 갈등 국면인 한일관계에 있어 미국의 적극적 중재를 요구하는 심산이 깔려 있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파병을 통해 금이 갈 것으로 우려됐던 이란과의 관계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란은 그동안 파병을 적극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이 미국 주도 호르무즈 해협 호위연합체에 참여시 양자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독자 파병을 결정하면서 이란의 입장에서도 불만을 제기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란은 한국의 이번 결정에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자국의 기본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