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독자 파견’ 형태로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하면서 정치권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비준동의 필요성을 놓고 여당은 “비준동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 일각에선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켜야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날 호르무즈 파병을 놓고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작전지역 확대를 통한 지원 결정은 국민안전 선박의 안전항해 등 총체적 국익을 고려한 조치로 이해한다”며 “그간 정부가 국민안전과 외교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랜 고심 끝에 해결방안을 찾은 만큼 그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한국당 김성원 대변인도 “미국과 이란과의 군사적 긴장 속에 프랑스를 비롯한 국가들이 상선 호위작전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뒷짐만 지고 있을 수는 없다”며 “호르무즈 파병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진보 성향 야당에선 ‘파병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란과 적대하는 그 어떠한 파병도 반대한다”며 “청해부대 호르무즈 해역으로 배치하는 파병 취지라면 이란과 적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의 어렵고 파병 목적이 변질되는 것이라서 국회 동의절차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종대 의원은 “헌법에 의거해 국회에 파병 동의안을 받지 않는 한 불법”이라며 “이 결정은 참으로 실망”이라고 밝혔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도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파병은 미국이 이란을 상대로 벌이는 명분 없는 전쟁에 참전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파병 결정을 존중한다”고 한 여당 내부에서도 반대 기류가 적지 않다. 외통위 소속의 민주당 중진 의원은 “중동 여러 나라와 적대관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비준동의안 논란에 대해 군 관계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을 위해 (군에서) 지시하는 해역도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에 포함된다”면서 국회 동의 사안이 아니라고 했다. 청해부대의 기존 임무 연장선이지 새로운 파병이 아니라는 것이다. 군 안팎에서도 국회 동의가 필요치 않다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여야 정치권은 파병 이슈가 총선에서 어떤 파급 효과를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은 파병 논란이 거세질 경우 전쟁에 반대하는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정의당으로 대거 이탈하는 것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상황에서 진보 유권자들의 정의당 쏠림 현상이 벌어질 경우 민주당은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여권 내부에선 2003년과 2004년 이라크 파병 당시 내홍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결정한 이라크 파병을 놓고 김근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열린우리당 내 일부 의원이 반대했고 김선일 씨 피살 이후 혼란은 더해졌다.
조동주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