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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이성민 “주연영화 동시개봉…몰아서 매 맞는 기분”

입력 | 2020-01-22 06:57:00

배우 이성민이 설 연휴 두 편의 영화로 관객을 찾는다. 연휴 내내 시간을 쪼개 극장을 찾아다니면서 관객과 만날 예정인 그는 “가족과 함께 극장 나들이하는 연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 ‘미스터 주’ ‘남산의 부장들’ 이성민을 만나다


동물 대화·실사 판타지 새 도전
‘박통’역 시나리오 안 보고 OK
담배 피는 손동작까지 따라했죠
요즘 예능·실시간 토크도 섭렵
예능 울렁증요? 변해야 살죠!


“여러 번 맞을 매를 한 번에 맞는 것 같아요. 오히려 시원∼합니다. 하하!”

배우 이성민(52)이 ‘설의 남자’가 됐다. 설 명절을 겨냥한 세 편의 한국영화 가운데 두 편의 주연인 덕분이다. 22일 ‘남산의 부장들’과 ‘미스터 주:사라진 VIP’(미스터 주)를 동시에 내놓는 그는 기대감도, 부담감도, 책임감도 두 배로 갖고 있다. 개봉과 동시에 날아올 관객의 날카로운 평가와 반응을 기다려야 하는 긴장의 시간이다. 하지만 사실 이런 상황은 이성민과 작업을 원하는 영화계의 높은 관심과 선호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명절을 앞두고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성민을 2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팽팽한 심리의 게임”(남산의 부장들), “한국영화가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작업”(미스터 주)이라고 각각의 주연작을 평한 이성민은 “쉽지 않았지만 영화를 공개한 지금은 홀가분하다”며 웃었다. 연휴 내내 서울과 경기 지역 극장을 찾아 두 작품을 직접 소개하는 그는 “설 당일인 25일에는 마침 일정이 없다”며 “가족과 차례를 지낼 계획”이라고 했다.

배우 이성민.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 동물과 얘기하는 ‘미스터 주’ VS 절대권력자 ‘남산의 부장들’

두 영화는 각기 다른 매력과 강점으로 관객에 다가선다. ‘미스터 주’(감독 김태윤·제작 리양필름)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동물의 말을 알아듣게 된 국정원 요원이 군견과 파트너를 이뤄 테러조직에 맞서는 코미디 영화다. 먼지 한 톨도 용납하지 않는 완벽주의자인 주인공이 동물들과 엉뚱하게 엮이면서 겪는 모험담이 웃음을 자아낸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촬영 초반엔 알리(극중 군견의 이름)를 만지면 물 티슈로 손을 닦기 바빴어요. 한번은 알리가 제 목덜미를 핥는 장면이 있었는데 침으로 범벅이 됐죠. 그걸 찍고 나서부터 마음을 그냥 내려놨습니다. 하하! 지금은 달라요. 예전엔 길에서 고양이를 마주치면 저∼ 멀리 돌아갔는데, 이젠 혼자 있는 길고양이를 보면 걱정되더라고요.”

평생 동물을 멀리했던 이성민은 그 거리를 단번에 만회하듯, 이번 영화에서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물론 고릴라, 흑염소, 멧돼지에 판다까지 온갖 동물과 만나 뒹군다. 사라진 판다를 찾기 위한 여정에 동물들이 건네는 크고 작은 도움이 웃음을 만든다. 이성민은 “할리우드 영화로는 익히 봐 왔지만, 한국영화에 동물과 인간이 언어를 알아듣고 교감하는 판타지 장르는 없었다”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쇼박스



1979년 10·26사건이 배경인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과연 같은 배우가 맞나 싶을 만큼 극과 극을 오간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며 극중 ‘박통’으로 불리는 대통령 역의 이성민은 꼼꼼함을 넘어 철저하게 인물을 설계하고 이를 탁월한 연기로 표현한다. 18년간 절대권력을 휘두른 노회한 대통령, 충성 경쟁을 벌이는 중앙정보부장들의 이야기에서 그는 2인자들을 자극하고 조정해 힘을 다진다.

“박통 역을 제안받자마자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오케이 했어요. 이런 인물을 연기할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이 만큼 알려진 실존인물을 연기한 적도 없고요. 덜컥 수락하고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큰 문제가 생겼죠. 그 분과 제가 너무 안 닮았더라고요. 하하!”

우려와 달리 극중 이성민은 그 어떤 배우들보다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귀에 보청기를 덧대고 잇몸에 교정기를 끼우는 분장의 힘도 있지만 말투와 행동은 물론 습관처럼 취하는 손동작까지 전부 찾아내 익힌 덕분이다.

“유튜브 도움을 받았죠. 가슴을 활짝 펴고 걷는 걸음걸이부터 언제나 담배를 쥐고 있는 손가락의 모양, 양손을 깍지 낀 모습까지 찾아보면서 익혔어요. 어느 날 촬영장 바닥에 비친 제 그림자를 보다가 깜짝 놀랐어요. 헉! 제 눈에도 정말 닮았더라고요. 오랜 기간 1인자로 살면서 가진 피로감, 그 살벌한 시대의 권력자로서 불안감도 표현하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판단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모습까지 풀어내려 했고요.”


배우 이성민 사인.



● 연기는 자극의 연속…가족들의 평가에 귀 기울여

이성민은 아내와 딸의 의견을 늘 꼼꼼하게 듣는다. 대중의 반응이 궁금할 때면 가족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

“박통 역이라니까 딸이 ‘괜찮겠느냐’고 걱정하더라고요. 하하! 관객은 현명합니다. 영화는 영화로만 봐 주니까요. 더구나 사상이나 이념을 강요하는 작품도 아니잖아요.”

한때 예능프로그램 울렁증이 있었다는 이성민은 두 영화 개봉을 앞두고 SBS ‘동물농장’부터 ‘미운 우리 새끼’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고, 온라인 실시간 토크까지 섭렵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변해야 살죠!”라고 웃으면서 “내가 먼저 나서야 후배들도 같이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미스터 주’를 함께 한 ‘애정하는’ 후배 배정남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제가 술을 못해요. 일정이 없는 날엔 집 밖에 나가지 않아요. 그러다 정말 심심하면 배정남한테 전화해서 같이 밥 먹죠. 정남이는 우리 집사람이 더 예뻐해요. 저보다 아내와 더 자주 연락하더라고요. 요즘엔 정남이의 소식을 아내한테 듣는다니까요.”

이성민은 설 연휴를 뜨겁게 보낸 뒤 새 영화 ‘리멤버’ 촬영에 돌입한다. 친일파에게 모든 것을 잃은 80대 노인이 복수에 나서는 이야기다. 촬영을 마친 ‘제8일의 밤’ 개봉도 앞뒀다.

“제 얼굴에 누아르나 액션의 분위기는 없잖아요. 하하! 그저 근사한 캐릭터를 만나면 제 방식대로 연기하면서 살아가는 거죠. ‘레멈버’에서는 80대 노인을 연기해야 하니까 여러 모로 도전이에요. 흥미로운 캐스팅이기도 하죠. ‘남산의 부장들’처럼. 박정희 대통령과 전혀 닮지 않은 저를 캐스팅한 것부터 흥미롭지 않나요?”


● 이성민

▲ 1968년 12월4일생
▲ 1985년 경북 영주 지역극단에서 연기 시작
▲ 2002년 서울 대학로 극단 차이무 활동, ‘비언소’ ‘돼지사냥’ 등
▲ 2012년 MBC 드라마 ‘골든타임’
▲ 2014년 tvN 드라마 ‘미생’
▲ 2018년 영화 ‘공작’·대종상 남우주연상·올해의영화상 남우주연상 등
▲ 2020년 tvN 드라마 ‘머니게임’, 영화 ‘리멤버’ ‘제8일의 밤’ 등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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