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에 110쪽 분량 변론요지서 제출… 민주당은 “당장 해임해야” 충돌 공화당, 본회의장 취재 제한 논란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상원의 탄핵심판 심리를 하루 앞두고 백악관과 야당 민주당이 정면충돌했다. 백악관은 20일 ‘탄핵소추안은 헌법적으로 무효’라며 신속한 부결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당장 해임하고 공직 수행을 영원히 금지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백악관 법률팀은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하는 110쪽 분량의 변론 요지서를 상원에 제출하며 ‘대통령의 권력남용 및 의회방해 혐의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즉시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미치 매코널 집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탄핵심판 일정을 속전속결로 진행하되, 하원이 넘긴 증거자료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원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WP는 백악관 법률팀이 대통령과의 불화로 지난해 9월 사퇴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증언하지 못하도록 물밑에서 설득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볼턴 전 보좌관이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이 있고 증인 소환 과정이 길어지면 다음 달 4일 대통령의 연두교서 이전에 탄핵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공화당 지도부가 정한 취재 규칙에 대한 언론의 반발도 상당하다. 탄핵심판이 열리는 워싱턴 의회 본회의장에는 개별 언론사 카메라가 입장할 수 없다. 비영리 의회 전문방송 시스팬(C-SPAN) 카메라도 금지된다. 상원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송 카메라 몇 대만 설치된다. 본회의장 앞 복도는 기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취재구역이지만 복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일도 허용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21∼24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20일 스위스로 향했다. 탄핵심판이 시작되는 시점에 일부러 워싱턴을 비우고, 주요 국제 행사에서 자신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정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