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출입국 이력 없어 국내 숨은듯” 애널리스트 출신… 4년 전 합류, 사모사채 등 문제된 펀드 맡아 은닉재산 찾으면 배상 도움될 듯
2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해 11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한 이 전 부사장의 출입국 이력이 드러나지 않음에 따라 국내에서 카드 사용 등 ‘생체반응’을 숨긴 채 도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버닝썬 사건’의 윤규근 총경(49·수감 중)에게 공짜 주식을 제공한 전 녹원씨엔아이 대표 정모 씨도 같은 방식으로 검찰의 추적을 따돌리다가 붙잡혔다. 만약 밀항 등을 통해 해외로 도피했더라도 여러 국가를 거치면서 본인 여권을 사용했다면 충분히 소재지 파악이 가능하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전 부사장은 2017년 1조 원 규모의 라임운용을 지난해 7월 말 기준 5조7000억 원 규모로 키우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한 인물이다. 대신증권,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라임운용이 헤지펀드 전문 운용사로 출범한 2016년 합류했다. 메자닌(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모두 가진 금융상품), 사모사채, 무역금융 등 현재 문제가 된 펀드 대부분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라임운용에서 원종준 대표의 기여분이 1조 원이라면 이 전 부사장은 이를 제외한 나머지(4조7000억 원)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 라임운용이 투자자 배상에 쓸 수 있는 유동화 자금은 약 20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 전 부사장이 보유한 금액을 더하면 배상액이 높아질 것으로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라임운용의 실사를 마치는 대로 조만간 검찰에 정식 수사 의뢰를 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이 전 부사장이 그동안 진행해 온 라임운용의 ‘공격적 투자’가 불법으로 판명될 소지가 크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상장 폐지를 앞둔 한계기업에 투자 명목으로 전환사채를 사들여 자금을 빌려준 뒤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과 결탁해 주가 조작 등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혁 hack@donga.com·김형민·장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