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김정은을 상대로 한 국내 첫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다. 한 씨는 “돈 몇 푼 받자고 소송을 한 게 아니다. 국군포로 몇만 명이 북한에 존재한다”며 남도, 북도 외면한 국군포로 송환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을 비롯한 변호인단은 승소한다면 국내에 있는 북한 재산을 배상금으로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한국 법원에는 북한 영상을 사용하고 낸 저작권료가 20억 원 정도 공탁돼 있다.
▷북한의 인권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은 현재로선 사실상 집행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개인이 피해 구제를 위한 민사소송에 나서면서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되고 있다. 북한에 여행을 갔다가 1년 넘게 억류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2017년 6월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으나 곧바로 숨졌다. 이듬해 그의 가족은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해 5억 달러(약 5800억 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 냈다.
▷미국 법정에서 웜비어의 어머니는 “우리는 이제 무서울 것이 없다. 북한이 한 짓에 대해 절대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납북자 가족들이 가족을 되찾으려는 절박한 싸움을 시작하면서 오히려 북한이 두려움을 느끼고 침묵하는 것 같다. 인류의 역사는 인간의 생명과 권리를 소중히 여기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잠시 퇴보하는 듯해도, 어떤 독재자도 그 흐름을 거스르진 못했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