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앞에 구급차가 서 있는 모습.
위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아주대 권역외상센터는 전국 외상센터 중 2번째로 크다. 대형병원에서 응급수술을 받지 못하는 중증 외상환자들이 찾는 마지막 보루 중 하나다. 언제 올지 모르는 중증 외상환자를 위해 24시간 의료진이 대기하고, 수술방과 병상을 비워놓기 때문이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다른 병원에서 아주대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된 환자 1123명 가운데 154명이 상급종합병원에서 넘어왔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뿐 아니라 멀리 경상·전라지역 국립대 병원에서 온 환자들도 있었다. 해당 병원들은 응급수술을 할 수 없거나, 전문 외상진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환자를 보냈다. 어떤 병원은 남은 병실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몰리는 바람에 아주대 권역외상센터는 상당 기간 병상 부족을 겪었다. 지난해 868시간에 걸쳐 ‘환자수용 불가(바이패스)’ 상태였다. 바이패스는 말 그대로 ‘우리 병원을 우회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라’는 뜻. 그러나 이곳을 우회하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다른 병원’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들이 제때 치료 받을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복지부가 현 상황을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박 장관은 2년 전인 2018년 1월 권역외상센터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중증외상센터에 근무하는 의료진이 마음 놓고 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중증 외상 치료분야의 상징적인 인물이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며 사퇴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기자가 만난 아주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은 자신들의 처우와 무관하게 중증 외상환자들을 살릴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길 바랐다. 정부 차원의 시스템 정비 없이 의료진과 병원의 희생에만 기댄 권역외상센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대로라면 이 교수의 호소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
위은지 정책사회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