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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용철 제네바주재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21일(현지시간) 유엔 군축회의에서 미국이 ‘연말 협상 시한’을 무시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약속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의 제재가 계속된다면 한반도 비핵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참사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연말 나흘간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체회의 뒤에 밝힌 노선을 국제무대에서 설명하며 이에 대한 정당성과 명분을 쌓으려고 한 것으로 보여진다.
AFP와 로이터, ‘미국의 소리(VOA) 방송 등에 따르면 주 참사관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회의에서 “북한의 발전을 가로막고 정치적 시스템을 마비시키려는 미국의 야욕은 변함이 없다”면서 “상대방(미국)이 지키지 않는 약속에 일방적으로 얽매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북미 간 약속은 핵 및 ICBM 모라토리움(유예)를 뜻한다.
주 참사관은 또 “미국은 대화 재개를 언급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의향이 전혀 없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이 일방적 요구와 제재를 고집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주권과 국익을 위해 ’새로운 길(new path)‘을 모색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고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를 원하기 전까지 북한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전략 무기를 계속해서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적대 정책이 지속되면 “한반도 비핵화는 없을 것”이며 미국의 대북 제재는 “가장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 전원회의에서 제재와 대립의 장기적 국면 지속에 맞서 자력갱생을 바탕으로 정면돌파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방건설목표로서, 북한을 상대로 누구도 무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전략 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제네바주재 미국대표부의 로버트 우드 군축담당 대사는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 중단 약속 파기 가능성을 언급한 북한의 발언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한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을 거듭 촉구했다.
또 미국이 비인간적 제재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발전을 저지하고 체제를 옥죄려는 야욕에 변함이 없다는 주 참사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북 제재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무기체계가 미국과 다른 나라들의 안보에 실질적 위험요소라는 점을 매우 명확하게 밝혀왔다는 것. 그러면서 미국은 결코 북한 주민들에게 안보 위협을 가하지 않으며, 북한의 밝은 미래를 원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주 참사관은 그러나 우드 대사의 발언 뒤 다시 발언을 신청해 북한은 미국이 주장하는 밝은 미래에 희망을 걸지 않으며, 미국의 제재 해제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길을 가겠다고 명확히 하는 것이고, 미국에 대해선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올해에 정면돌파를 해야 하는 정당성과 명분을 만드는 것으로 본다. 제재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향후 군사적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미국의 책임이라고 알리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네바주재 한국대표부 이장근 차석대사는 북한에 앞서 발언하면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과 북미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차석대사는 한국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관련국들의 지지를 촉구했다.
이 차석대사는 또 실질적인 비핵화의 진전을 위해 북미 협상이 재개돼야 한다며, 한국은 협상 진전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