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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정재락]울산 ‘두 宋’의 떳떳하지 못한 소신

입력 | 2020-01-23 03:00:00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송철호 울산시장은 21일 오전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가 있는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오후에는 울산 울주군 신 명예회장의 고향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가 추모했다. 울산시정 최고 책임자로서 울산 출신 세계적 기업가의 별세에 각별한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전날 검찰에 출석한 송 시장은 이런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20일 오전 9시경, 울산시청 각 실과 사무실에 설치한 ‘재실등(在室燈)’ 불이 켜져 있었다. 송 시장이 집무실에 있다는 뜻이다. 울산 한 지방지에 ‘송 시장 오늘(20일) 검찰 출석’이란 기사가 난 뒤 언론의 확인 요청이 잇따랐다. 시장 비서실에선 “정상 출근해 집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 시각, 송 시장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에 출석했기에 울산에 없었다. 재실등에 불이 켜진 것도, 정상 근무 중이라는 말도 모두 거짓이었다.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행보도 엇비슷하다. 송 전 부시장은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해 11월부터 뉴스의 초점이 됐다. 그는 2, 3차례 회견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는 회견장을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4·15총선 출마설이 파다한 송 전 부시장은 공직자 사퇴시한을 하루 앞둔 15일에 직권면직 처분 형식으로 사퇴했다.

직권면직을 위한 울산시 인사위원회가 끝난 14일. 오후 3시부터 그는 2시간 넘게 울산시청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과 일일이 작별 인사를 나눴다. 하지만 프레스센터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16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복당 신청을 했다.

현재 검찰은 송 시장과 송 전 부시장을 상대로 2018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쟁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의 비위 첩보를 청와대에 제보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청와대와 선거 공약을 논의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 울산시청 사무실 10여 곳이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했고, 공무원 10여 명도 소환 조사를 받았다.

울산시청이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고 시민들도 검찰의 수사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송 시장은 검찰 조사를 받은 뒤에도 “아직 눈이 그치지 않았다”며 선문답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언론 접촉을 피해온 송 전 부시장은 시민들의 표를 받아 국회의원이 되려 하고 있다.

언론은 국민(시민)이 공직자에게 궁금한 것을 대신 질문하고 확인한다. 언론을 속이거나 물음에 답하지 않는 건 국민을 속이고 외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면 지나친 확대 해석일까.

이제라도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두 송(宋)’이 직접 시민들에게 해명해야 한다. 그게 울산시민에게 위임받아 울산시정을 책임지는 공직자로서의 당당한 자세다.

정재락·부산경남취재본부 raks@donga.com